(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는 신통하리만큼 잘 들어맞는 얘기들이 있다.

우연의 일치로 환율 흐름이나 수급 분위기가 좌우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일견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는 여러 현상이 속설이라는 미명 아래 시장참가자들을 특정 행동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거래 실수(딜 미스)가 생긴 환율 레벨은 반드시 찾아간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오전 10시 37분경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40원 하락한 1,127.50원에서 체결됐다.

당시 1,131∼1,132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정상가보다 4∼5원가량을 벗어나 거래가 됐다.

중국 상무부가 이달 하순 미국을 방문해, 무역협상을 한다는 소식에 위험자산회피(리스크 오프) 분위기가 빠르게 되돌려지는 분위기였다.

롱 포지션을 쌓아놓은 시장참가자들의 마음이 급해지면서 포지션이 급히 정리됐고,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딜미스는 상호 협의 아래 취소 처리됐지만, 달러-원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무겁게 눌렸다.

오후 2시 25분 즈음에 달러-원은 1,127.30원까지 하락했다. 딜미스가 생겼던 레벨을 하회한 것이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시장이 빠르게 움직이는 경우에 딜러들이 마음이 급해지면 뒷자리 숫자만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더러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딜미스 이후에 고점과 저점이 해당 레벨 근처로 움직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의 전문가는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주문이나 숫자가 헷갈릴 수 있다"며 "또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 그 지점까지 가기도 한다"고 판단했다.

이 전문가는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리"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의 또 다른 속설 중에는 레인지 인식이 바탕이 된 경우도 흔하다.

서울 외환시장 종가 대비 갭업(전일 고가를 웃돌며 개장) 출발하는 경우에는 수출업체 네고 물량 또는 고점 인식 매도세가 많다는 속설이다.

반대로 갭다운(전일 저가를 밑돌아 개장)의 경우에는 수입업체 결제 또는 저점 인식 매수세가 나온다는 얘기다.

전일에도 달러-원은 1,135원으로 7.10원 갭업 출발 후 1,130.10원에 마무리됐다.

이런 속설은 특정 기억이 강하게 남아 형성되는 사례 때문으로, 이런 경우에 꼭 들어맞지 않는 상황도 많다.

서울 환시 속설이 시장의 얘기라면, 딜러 개인은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수익이 괜찮았던 시기의 행동을 반복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기도 한다.

며칠 동안 면도를 하지 않거나 로그인을 특정 시각에 하는 경우도 있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수익이 많이 안 좋으면 필기도구를 바꾼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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