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경제학 지식뿐만 아니라 통화정책의 이해와 현실 경제에 적용하는 능력 등 많은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통화정책경시대회 전국 결선대회를 심사했던 한 금통위원의 심사평이다.

한국은행이 주최한 통화정책 경시대회에 참가한 여덟 개의 팀은 대내외 이슈를 분석하여 8월 금통위 모의 결과를 내놓았다.

한 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1.50%로 동결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이 눈에 띄었다.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전망한 팀은 정책 여력 확보와 가계부채 누적 등 금융 불균형을 근거로 꼽았다.

심사위원인 조동철 금통위원을 비롯한 한은 집행 간부들은 이들이 준비한 발표를 듣고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한은의 통화정책 고려요인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과 관련한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 한은이 어떤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자리였던 셈이다.

심사위원들은 테일러 준칙이나 금리의 실효 하한과 같은 이론적인 내용부터 인플레이션 목표, 가계부채나 금융 불균형 등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와 관련한 질문을 자주 했다.

한미 금리역전 등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기준금리 조정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 등 디테일한 부분도 질문에 포함됐다.

그중에서도 자본유출과 관련한 질문이 여러 번 등장했다.

한 심사위원은 금리의 실효 하한과 관련해 "장기금리는 한국이 미국보다 낮은 상황인데, 실효 하한으로 보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장기금리는 미국보다 낮고 단기금리는 높은 이런 상태가 유지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다른 팀에 "앞 팀은 자본유출과 관련한 언급을 했는데 (이 팀에는) 그런 얘기가 없다"며 "자본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통화정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른 심사위원은 스와프 베이시스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통화정책 경시대회에는 심사위원이 아닌 한은 집행 간부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경시대회를 참관하러 온 것이다.

한 심사위원은 통화정책 경시대회가 끝난 후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프레젠테이션에 한계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질의·응답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같은 현상이어도 이렇게 볼 수도 있겠다고 하는 생각도 했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이일형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냈다. 하지만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금리 인상과 동결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정책을 두고 금통위의 고민이 그만큼 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절묘한 시점에 열린 한은 통화정책경시대회가 안갯속 통화정책에 영감을 불어넣을까.

터키의 금융불안이 신흥국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일부 신흥국과 선진국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17일 나온 한국의 7월 고용 지표는 8년여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이달 31일이 통화정책 결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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