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대형건설사의 해외수주 관리역량이 해외 선진기업 대비 부족하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국내 수주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리역량을 높이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7일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 프로젝트관리 역량 진단' 연구보고서를 통해 익명의 국내 5개 건설사 해외 프로젝트 관리역량을 설문한 결과 프로세스 단계별 평균 역량 수준은 56.3으로 조사됐다. 총 16개 기능 분야별 역량 수준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했다.

건설사들은 시공관리(65점)와 품질관리(65점), 자재관리(67점) 등에서 역량을 높게 자평했다. 계획과 실행 등의 단계에서는 보통 이상의 점수를 줬다.

문제는 종료 단계에서 나왔다. 이 분야 역량 점수는 44.9로 집계됐다. 리스크관리(36점), 의사소통관리(36점), 클레임관리(34점)는 매우 부족하다고 자성했다. 이러한 부문은 문서 기반의 업무 환경에서 사업 수행 중 발생한 산출물을 수집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과거 누적데이터를 살리기보다 전문가 의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진단됐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프로젝트 수행 막판에 대규모 손실이 불거지곤 했다. 주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은 2013년부터 본격화했다. 이전만 해도 대형건설사 중 'AA-'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지닌 곳이 5곳을 넘겼지만, 지금은 3곳으로 줄었다.

해외 선진기업과 비교하면 국내 건설사가 70% 수준이라고 건산연은 판단했다.

해외 선진기업의 16개 기능 분야별 역량 수준은 평균 80.3을 나타냈다. 분야별 점수도 73~85점으로 편차가 크지 않았다. 국내 5개 건설사 중 해외 선진기업 대비 80% 수준인 곳이 한 곳, 세 곳은 60~70%대 역량에 그쳤다.





국내 주택경기와 인프라(SOC,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은 해외로 나가야 할 상황이라고 건산연은 조언했다.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해외 프로젝트 관리역량을 과거처럼 높여 유럽 기업들의 공격적인 활동과 경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광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수준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이 강점을 지닌 플랜트 부문에 대한 신규 사업 추진은 제한적일 것이다"며 "2016년 중동 지역 내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업체들의 매출 성장세가 증가해 국내 기업과의 경쟁 강도를 높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연구 결과를 과거 연구 결과와 비교하면 해외 선진기업 대비 역량이 2007년 81%였는데 기업들의 역량 수준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프로젝트관리 체계(절차·전산시스템·조직)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수행이 중요하고 경영진의 의지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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