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베네수엘라가 통화가치를 96%가량 평가절하하고 임금을 거의 6,000% 인상하기로 발표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가 혼돈에 휩싸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늦게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기존 통화를 96%가량 평가 절하한 새 통화를 도입하고, 임금을 거의 6,000%가량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다음 날 사람들은 휘발유를 사모으고, 대다수 점포는 문을 닫아 정부 조치에 국민은 공포와 회의에 사로잡힌 모습이라고 WSJ은 전했다.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단적 조치를 내놓았지만, 이번 조치에 초인플레이션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평가절하 규모는 베네수엘라 역사상 최대다.

컨설팅업체 ODH의 아나벨라 아바디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의 이번 조치로 올해 이미 100만%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월 최저임금을 기존 1달러 수준에서 30달러와 맞먹는 수준으로 인상했다.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 인상은 올해 들어서만 5번째다.

임금은 다음 주부터 시중에 유통될 새 통화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조치에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테시스 파이낸시에라의 타마라 에레라 이코노미스트는 "안정화나 투자 유치로 이어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며 "매우 강한 인플레이션 충격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생산 시스템의 남은 부문마저 뽑아버리려고 하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새 통화는 베네수엘라가 자국산 석유에 토대를 두고 만든 디지털 가상화폐 '페트로'(Petro)와 연동될 예정이다. 페트로는 현재 미 재무부에 의해 금지 통화로 분류돼 있다.

이날 휘발유를 사두기 위해 주유소로 향했다는 한 택시운전사는 WSJ에 주유소를 돌아다녔지만, 기존 통화를 받아주는 데를 찾기가 어려웠다며 "우리는 새벽부터 줄을 서 있었지만, 여전히 휘발유 탱크를 다 채우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 경제적 재앙으로 다음번에 휘발유 탱크를 채우는 데 얼마나 큰 비용이 들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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