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미·중 무역분쟁과 터키 금융시장 불안, 7월 국내 고용 쇼크 등 금리 인상에 걸림돌이 산적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올 당시만 해도 8월 인상이 유력했지만, 이후 대외여건과 경제지표가 금리 하락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인상근거가 약해졌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20일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4분기로 미뤄지거나 올해 인상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며 이에 단기물을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이 9개월 만에 100조 원을 넘어섰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시장은 비우호적인 대내외 여건에 가파른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와 단기 현물 매수세가 두드러지면서 시장 강세를 부추겼다.

외국인은 7월 고용 지표가 나온 지난 금요일 만기가 1년 남은 통안채 2년물을 민간평가사 금리보다 최대 2bp가량 낮은 수준에서 3천억 원가량 사들였다. 지난주 전체로 봤을 때는 만기 1년 이내의 국고채와 통안채를 약 1조5천억 원 샀다.

이들은 국채선물도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8월 들어 지난 금요일까지 12거래일 중 3거래일을 제외하고 3년 국채선물을 순매수했고, 10년 국채선물도 9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외국인이 국채선물 누적 순매수를 계속 쌓아왔는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며 "8월 금통위를 전후로 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고용 지표 부진으로 오히려 순매수세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최근 금리 저점 부담에 선물 위주로만 강했는데 고용지표 때문인지 현물채권도 3년 국채선물 강세를 잘 따라갔다"며 "시장 의견은 아직 분분한데 8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동결이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인상 시점이 8월에서 4분기로 넘어간 가운데 연내 동결 주장도 점차 힘을 받고 있다.

연내 동결을 주장하는 이들은 금통위원들이 7월 의사록에서 강조했던 미·중 무역분쟁이슈가 전향적인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용 악화로 국내 내수 경기도 빠르게 냉각되고 있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속적인 고용 지표 부진과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금리동결을 예상한다"며 "한 번에 고용정책이 쏟아져 나온 결과로 단기에 고용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이 심화되면서 보호무역이 점차 광범위해지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되고 있어 추가 불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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