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할 소프트웨어 산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예산과 세제 등 주요 정책이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과는 동떨어진 채로 운용되고 있어서다.

◇ 기반기술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일당 노동자 신세

특히 정책 당국의 산업용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이해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정부가 납품받는 소프트웨어 단가 산정 체계가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는 커녕 고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관공서 납품의 경우 소프트웨어의 가치와 개발자의 숙련도 창의성에 대한 평가 내용은 전무하다. 어떤 툴을 어디에 쓰느냐는 평가만 존재한다. 보정 계수도 고정된 탓에 아무리 우수한 소프트웨어라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개발자 인력의 숙련도에 대한 평가는 정부가 정한 단가 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나마 실제 입찰에 들어가면 정부가 정한 단가의 60% 수준을 지급받는 데 그친다.









<인재 육성을 외면하는 정부의소프트웨어 단가 산정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로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예산 편성 등에서 기반 기술에 바탕한 소프트웨어 산업을 홀대하니 우수한 개발 인력이 버틸 재간이 없다. 기반 기술에 바탕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지금도 일당 노동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기반기술에 바탕한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홀대로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시티 등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코딩 중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해당 사업을 주도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산업계는 코딩 중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주도하는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시티는 데이터 처리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산 중심의 소프트웨어는 각 공정별로 개별 하드웨어에서 독립된 엔지니어링이 불가능한 탓에 표준화되지 않은 전체 공정 혹은 도시 운용 체계를 통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수학 잘하는 우수한 인재는 의과대 '몰빵

정부가 기반기술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육성에 소홀한 탓에 수학과 과학 등에 재능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은 대부분 의과대로 몰리고 있다. 2019학년도 전국 의학계열 모집인원은 의대 2천878명, 치과대학 632명, 한의대 718명 등 모두 4천228명이다. 전국 고교생 가운데 최상위 5천명은 대부분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게 현실이다. 공학계열이나 자연과학 계열 등에 진학한 인재들도 수학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를 바탕으로 금융 공학 부문으로 전업하기 일쑤다.

우리는 우수한 인재가 의학계열로 쏠리고 있지만 중국은 ICT 중심의 우수 인재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인구 2천만명의 중국 선전시는 가공무역 거점도시였지만 이제는 ICT 발전을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선전시의 R&D 투자가 중국 GDP에서 기여하는비중이 4%에 이른다. 기업환경이 개선되면서 포춘(Foutune) 500대 기업 중 300개 기업이 본사를 선전에 두고 있다. 특히 선전시는 우수 인재 10만명을 유치하기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인재 육성 차원에서 보면 중국 선전시는 더 이상 우리의 추격자가 아니다. 선전시가 주도할 ICT의 미래는 우리에게 파괴적 결말로 다가올 수 있다. 무섭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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