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하면서 채권을 사는 이유가 최근 고용지표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건전성은 뛰어나지만, 성장성이 부진하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양극화된 이런 전략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매매동향 화면(3803) 등을 보면 외국인은 이달에 유가증권시장에서 170억원의 소폭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이후로는 매도세가 뚜렷해졌다. 최근 7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7천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에선 사뭇 다른 양상이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원화 채권을 1조4천380억원 순투자했다. 외국인 채권 잔고는 112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채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지난달 5조원 넘게 순매수한 데 이어 이달에도 2조원 이상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SK증권은 7월 한국 고용의 위축에서 외국인의 이런 전략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천708만3천명으로 작년 7월보다 5천명(0.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증가 폭은 한국경제가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10년 1월에 마이너스 1만 명을 기록한 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이 증권사 김효진 연구원은 "7월 한국 고용은 쇼크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쓰더라도 무리가 없는 초라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일본 등의 고용지표 추이와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꾸준히 견조한 고용이 유지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일본의 고용 호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엔화 약세는 한풀 꺾였지만, 일본의 고용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내수 경기를 뒷받침하는 셈이다.

반면에 한국 고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상황 이외에도 정책의 차이가 고용의 차이로 연결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사회 초년생에 준하는 20~24세 이외에도 30~34세, 40~44세에 해당하는 연령층의 고용 감소가 지속되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40대의 경우 소비와 주택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연령대로, 이들의 고용 위축은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실제 내수 경기 부진을 반영해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최근 2.0% 밑으로 내려갔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국고 5년 금리는 2.3%대였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 여타 신흥국 대비 뛰어난 건전성을 가진 국가로 분류되지만, 성장성이 부진하다는 점이 외국인의 주식 매도, 채권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며 "주식보다는 채권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는 국면이 당분간 이어지고, 달러-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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