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찬물·재선 걸림돌 될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을 또다시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은 경기 활황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성장과 고용이 둔화할 경우 금리 인상이 2020년 재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뉴욕 롱 아일랜드 기금모금 행사에 참석해 연준의 최근 금리 인상에 달갑지 않다는 뜻을 시사했다.

해당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왜 그런 일(금리 인상)이 일어나는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라며 "상황이 모두 잘되고 있다는 사실과 이 때문에 왜 금리 인상에 신경을 쓰는지에 대해 언급했다"고 전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상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연준의) 금리 인상에 흥분되지 않는다. 달갑지 않다"라고 말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트럼프는 연준으로부터 "더 많은 도움(more help)"을 기대했었다며 만약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린다면 이에 대한 비판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연준의 금리 인상에 달갑지 않다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그들은 또다시 올리려고 한다"면서 "나로서는 정말이지 달갑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토로했다.

그는 작년 파월 의장을 지명할 당시 참모들로부터 그가 저렴한 자금(cheap money), 즉 저금리 자금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지명) 이후 파월은 빠르게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며 농담조로 "이러한 일은 트럼프에게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트럼프의 정치 참모 중 몇몇은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릴 경우 2020년 재선 캠페인이 시작할 때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에 가까운 한 관계자는 "2020년 재선이 매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연준의 통화 정책에 개입하는 것은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WSJ은 트럼프가 2주 전 골프클럽에서 가진 저녁 식사에서도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것을 후회하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파월 의장이 금리를 덜 올릴 것으로 예상해 그를 뽑은 것이라며 파월이 자신을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란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2016년 대선 캠페인 동안 트럼프에 경제 자문을 해준 보수성향 경제 평론가 스티븐 무어는 "트럼프가 걱정하는 것은, 나의 표현으로 하자면 연준이 '성장 공포증(growth phobia)'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이 약간 걱정하는 것은 연준이 높은 성장률을 보고, 성장이 너무 높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언급해 트럼프의 우려는 연준이 금리 인상으로 성장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라고 전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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