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중국 당국이 자국민들에 대해 해외 자본통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그간 중국인들이 해외에 투자해놓았던 오피스 빌딩 등의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하면서 저가에 해외 부동산을 살 기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외신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약 8년 만에 미국 상업부동산에서 순매도자로 전환했다.

데이터회사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2분기 12억9천만달러(약 1조4천500억원)에 이르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매각했지만, 부동산을 구입한 것은 1억2천620만달러 어치에 그쳤다.

중국 투자자들이 분기 기준 순매도자가 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인들은 수년 전 자국 정부가 외국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해외 부동산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미국 호텔로는 역대 최고가인 19억5천만달러에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산 것을 포함해 호텔, 사무실 건물 등을 구입하는 데 수십억달러를 써왔다.

비단 미국시장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유럽 등지에서도 많은 건물을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시진핑 주석이 1인 집권 체제를 공고히 하고, 집권 2기를 시작한 이후로 중국 정부의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개혁의 칼을 들면서 해외 자본통제에 나서며 중국 기업인들의 해외 자금줄을 죄기 시작한 것이다.

HNA(하이난항공)그룹과 그린랜드홀딩그룹 같은 중국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압력 속에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부동산을 정리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려나가는 국내 금융투자업계에는 어부지리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하면서 비교적 싼 값에 해외 부동산을 매입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해외 대체투자펀드 설정액은 약 36조6천607억원으로, 지난 1년 새 26조9천680억원에서 9조6천927억원(약 36%) 증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원래 중국인들이 해외 오피스 시장의 큰손이었지만, 이들이 최근 건물을 매각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부동산은 투자할 곳이 별로 없고,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팔려고 하는 해외 부동산을 비교적 싼 값에 살 기회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김지연 기자)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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