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위원회가 은행과 보험사 등 겸영 신탁회사의 토지신탁 사업을 여전히 제한하고 나서면서 이에 대한 업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겸영 신탁회사에 대한 토지신탁 취급제한' 행정지도를 1년간 연장한다고 예고했다.

토지신탁은 신탁회사가 시행사업자의 자격으로 토지를 수탁받아 상가나 아파트 등으로 개발해 분양ㆍ임대하는 개념이다.

지난 1990년 4·13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의 하나로 도입됐으며,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는 토지신탁 관련 업무를 할 수 없도록 막아둔 게 핵심이다.

금융위의 논리는 명확하다.

금융업 기반의 겸영 신탁회사가 토지신탁 업무를 취급하면 부동산개발 관련 부실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어서다.

특히 겸영 신탁회사는 인가 과정에서 개발사업에 필요한 업무능력을 심사받지 않아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그간 토지신탁에 관심 있는 금융회사들은 별도의 법인 형태로 신탁사를 설립했다.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 등이 그 예다.

하지만 10년 만에 부동산신탁회사의 신규 진입을 허용하기로 한 금융위가 여전히 겸영 신탁회사에 대한 토지신탁 취급을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이란 게 금융권의 평가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개발 리스크가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이는 재무적 장치를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며 "이미 다수의 금융회사가 PF 업무를 직접 주도하며 관련 역량을 충분히 쌓았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신탁사 11곳의 영업이익은 15%가량 늘었다. 특히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의 성장률은 20%대로 평균을 웃돌았다.

수익 다변화를 꿰하는 기존 금융회사들이 부동산신탁사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도 꾸준한 이익 덕분이다.

금융위가 연내 부동산신탁사 신규 인가 가능성을 내비치자 이미 다수의 금융회사는 토지신탁 업무를 하고자 부동산신탁사를 계열사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선 지주사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과 신한금융지주, 미래에셋금융그룹, 메리츠금융지주 등의 부동산신탁업 진출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회사의 토지신탁을 제한하는 금융위의 방침이 사실상 기존 금융회사에 신규 부동산신탁사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신규 부동산신탁사 인가 방침을 검토하며 기존 금융회사에 부동산신탁사를 허용하는 게 산업 환경의 혁신을 위한 일인지 고민해왔다.

금융회사라는 기존 플레이어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한다면 초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순 있지만, 진입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플레이어를 통한 혁신을 도모했다고 보기엔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위는 부동산신탁사 신규 인가와 관련한 세부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좀 더 기다려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금융위는 전 금융권 진입규제 완화를 위해 '경쟁도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검토 과제로 부동산신탁업에 대한 사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달 초까지 부동산신탁업에 대한 경쟁도 평가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신규 부동산신탁사 인가를 위한 세부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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