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등 실물경기를 보면 이달 인상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소수의견이 이미 나온 상황에서 방심할 수 없단 판단에서다.
시중은행의 한 스와프 딜러는 21일 "국내 경기나 시장 금리를 보면 당분간 금리가 동결될 것 같다"며 "하지만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발언이 떠올라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잡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우리 경제가 3% 성장세를 유지하고 물가 상승률도 2%대에 수렴한다면 이걸(금리를) 그대로 끌고 갈 때 금융 불균형이 커진다"며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 여러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줄여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시 이 총재가 언급한 전제조건을 보면 아직 금리 인상 기대가 유효한 셈이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목표 수준인 2%에 점차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시장도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과열 조짐을 보여 금리 인상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다.
자금 유출입에 민감한 개방경제 소국의 특성상 우리나라와 미국 정책금리의 역전 폭이 커지면 잠재적 금융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은이 조만간 영란은행(BOE)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BOE는 지난 2일(현지시각)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25bp 인상했다.
과거 우리나라와 영국 기준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200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두 기준금리의 상관계수는 0.895를 나타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마크 카니 BOE 총재가 금리를 올린 후 '실수는 항상 완벽하게 확실한 시점을 찾다가 나온다'고 말한 점은 이 총재 발언을 연상시킨다"며 "논거 부족에도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은 "실질적인 금리 인상 요건은 한·미 금리 차와 원화 약세 및 변동성 확대다"며 "고용 등 경기 흐름을 보면 적기가 아닐 수 있겠지만, 정책 여력 확보 필요성과 실기 논란에 따른 부담을 고려하면 한은이 4분기 인상을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남색)과 영국(주황) 기준금리 추이, 출처:인포맥스(화면번호:8844)>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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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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