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배당사고로 인해 '자산관리의 명가' 삼성증권의 자부심도 상처를 입었다. 지난 분기에만 1억원 이상 부자 고객의 수가 4천명 이상 줄며, 주요 증권사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삼성증권의 1억원 이상 고액자산가가 4천270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 하락 등으로 계좌 평가액이 1억원 이하로 감소한 고객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증시 호조세가 이어지며, 큰 손 고객들의 투자심리가 제고됐다. 이로 인해 지난 1분기 대형 증권사의 고액자산가 수도 나란히 증가하며,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고액자산가는 총 4만명 이상 늘었다.

그러나 2분기 들어 증시 활력이 둔화하고, 삼성증권의 배당사고 등 업계 전반의 신뢰도가 저하되면서 부자 고객 수도 줄었다. 2분기 말 기준으로 4개 증권사의 전체 고액자산가 수는 1분기 말과 비교해 9천명가량 감소했다.

삼성증권의 고액자산가 수는 지난 분기 10만5천명으로, 직전 분기 말과 비교해 3.7% 가까이 감소했다. 절대적인 고객 수로 보면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지만, 6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고액자산가 수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은 물론,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고액자산가도 각각 3천명 이상 감소했다. 미래에셋대우만이 1천600명의 고액자산가를 늘리며 선방했다.

삼성증권에서 가장 큰 폭의 고객이 이탈하면서, 이 증권사는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것이 최대 과제로 주어졌다.

특히 삼성증권은 신규 위탁매매 계좌 개설 업무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됨에 따라, 금융상품 계좌 개설을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 금융상품 계좌를 개설하면, 영업정지가 풀린 이후인 6개월 뒤에 주식 매매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의 혜택을 약속한 것이다.

또한, 상품 계좌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도 대폭 늘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는 자산관리의 중요한 영업기반"이라며 "충성 고객 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어서, 모든 증권사가 고액자산가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고액자산가 풀을 기반으로 주식뿐만 아니라, 펀드, 랩 등 다양한 상품 판매를 늘려나갈 수 있다"며 "훼손된 이미지를 쇄신하고 고액자산가 이탈을 막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측은 "주가가 하락하며 평가액 기준으로 고액자산가 고객 수가 감소했다"며 "신규 고액자산가 고객은 1천600여 명 이상이었고, 비대면 신규 고객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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