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우성문 통신원 = 그리스의 구제금융이 종료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은 여전하다고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전날 그리스는 8년에 걸친 구제금융을 공식 마무리했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TV 연설에서 "오늘은 해방의 날이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구제금융 체제를 현대판 '오디세이'라고 칭했다.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후 겪는 고초를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WSJ은 현재 그리스에서 현실적으로 바뀐 것은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여전히 그리스는 채권단에 몇십억 달러를 갚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채권단은 계속해서 그리스 경제 상태를 검토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치프라스 총리 역시 "그리스는 여전히 할 일이 많이 있고 번영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면서 "우리는 그리스 구제금융의 교훈을 잊는 자만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년간의 구제금융 기간 그리스는 경제 많은 부분을 점검해야 했다. 예산안에 균형을 맞추고, 2008년 15.1%를 기록했던 적자를 지난해 0.8% 흑자로 바꿨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을 삭감해야 했으며 연금 체계를 수정해야 했다.

그러나 WSJ은 그리스의 정책당국자들과 채권단 중 그 누구도 그리스 경제를 어렵게 하고 심각한 부채를 초래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먼저 그리스의 기업 환경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는 그리스 관료들이 상업 투자 계획을 몇십 년까지라도 묶어 놓을 수 있는 막강하고 불분명한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 부문의 직급 등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관료 조직의 비효율성은 여전하다.

아테네에 있는 행정학 국제 대학의 파나지오티스 카카솔리스 교수는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은 그리스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그리스의 관료제를 둘러싼 문제는 여전하므로 우리가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들이 이로 인해 다시 무너질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상징적으로 아테네의 공항 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지만, 고고학부, 삼림관리부 등 다양한 부서로 권한이 넘어가면서 진행은 완전히 멈춘 상태다.

여행회사인 미노안의 회장인 크리스토퍼 에글레톤은 "그리스의 관료제도는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보다 더욱 권한이 세다"고 전했다. 에글레톤 회장은 그리스에 20년 만에 리조트 건설을 허가받았다.

WSJ과 인터뷰한 이안나 발라푸티 창업가 역시 그리스에서 사업하는 것이 노력한 만큼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리스 당국이 발라푸티의 사업을 어떻게 분류할지 정하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업을 하고 싶다면 입법과 관련한 모든 사소한 디테일을 다 공부해야 하고 이를 공무원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WSJ은 이뿐 아니라 그리스의 사법제도 역시 여전히 유럽에서 가장 느리고 비효율적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그리스는 유럽 법원으로부터 사법 결정이 나오기까지 기간이 너무 길어 벌금을 물어왔다. 그리스에서 계약에 법적 효력을 부과하는데 평균 4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사법제도가 느리기로 유명한 또 다른 국가인 이탈리아의 3.5년보다도 긴 것이다. 또한, 독일과 프랑스의 1.2년, 1.9년보다도 길다.

그리스 고객들을 대변해 온 바실리스 히다리스 변호사는 "그리스의 사법제도에는 어떤 진전도 없다"면서 "그리스 판사들은 특별하고 매우 잘 작성된 판결문을 내려야 하는데 한 판사의 판결문은 2천 페이지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의 세금 회피와 관련된 부분도 줄이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다.

무려 지난 200년 동안이나 그리스는 정부를 부패하고 효율적이지 않다고 여겨온 만큼 세금 역시 회피해 왔다.

독일의 튀빙엔 대학의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의 지하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20.8%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많은 그리스의 사업가들과 자영업자들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금을 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세금 회피는 계속해서 그리스 경제에 악순환을 가져온다고 WSJ은 덧붙였다.

sm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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