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가 사상 최장 기간인 7개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부터 금융당국이 원화 시장성 CD 잔액을 원화예수금의 1%까지 인정해주기로 했지만 지난해 7월 강화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산정 기준에 따라 은행들이 91일물 CD 발행을 꺼리는 영향이다.

은행들이 중장기물 CD 발행을 늘리고 있어 CD금리가 내년부터는 시장 금리를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연합인포맥스 최종호가 수익률 종합(화면번호 4511)에 따르면 CD 91일물은 지난 1월 17일부터 전일까지 7개월 이상 1.650%에 고정돼 있다.

1994년 CD금리를 고시하기 시작한 이래 최장 기간 멈춰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연중 20일 이상 움직이지 않은 기간이 171일에 달했다.

CD금리가 이처럼 고정된 것은 2009년 CD를 예대율 산정에서 제외하면서 발행과 유통 모두 급격하게 감소한 영향이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CD 움직임이 다른 유사 금리지표와 동떨어졌다며 시중은행들의 CD금리 담합 여부를 조사하며 CD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시장 분위기가 위축된 탓에 특정 은행이 CD를 발행하면 이에 따라 금리 변동성도 커지는 환경이 됐다.

은행 입장에선 발행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이 CD 발행에 나서면 금리가 튈 수밖에 없어 다른 은행으로부터 비난을 받게 된다"며 "작년 11월 기준금리 인상 전을 기점으로 은행들이 CD 발행을 자제한 것도 그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대율 규제 발표 전 12조7천억 원이었던 CD 잔액은 지난해 말 5조4천억 원까지 줄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은행의 예대율을 산정할 때 시장성CD 잔액을 예수금의 최대 1%까지 인정해주기로 했지만 아직 91일물 CD 발행은 활발하지 않다.

지난달 이후 국내 시중은행 중 91일물 CD를 발행한 곳은 우리은행(1천억 원) 정도가 유일하다.

CD금리는 다만 은행들이 예수금 인정에 따라 중장기물 CD 발행을 서서히 늘려가며 내년께에는 시장 금리를 반영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지난해 7월 강화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산정 기준에 따라 91일물과 같은 단기물보다 중장기물 CD 발행을 선호하고 있다.

단기물보다 중장기물이 유동성을 산정할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발행한 6개월물, 1년물 CD의 만기가 91일이 다가오면 91일물로 취급해 거래할 수 있다"며 "현재 은행들이 중장기물 CD 발행을 다소 늘리거나 확대할 채비에 나서고 있고 이들 CD의 만기가 91일이 다가오면서 유통되면 91일물 CD금리도 지표금리로서 시장 금리를 빠르게 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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