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의 증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달러 강세가 선진국에 호재로, 신흥국에 악재로 반영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향후 증시 흐름의 최대 변수가 환율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2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3200)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 가까이 상승한 반면, 달러-원 환율은 1,118원대로 4.7원 하락했다.

지난주 터키 리라화 급락에 코스피가 연중 최저점을 두 번이나 갈아치우는 동안, 달러-원 환율은 1,130원 선을 넘어서며 코스피 하락을 부추겼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증시 흐름이 경기가 아닌 환율에 의존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선진국 경기회복 → 미국의 금리인상 → 신흥국 경기회복'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서 오히려 달러 가치에 대한 신흥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 과정에서 신흥국 성장률이 선진국을 초과하는 정상적인 상황이 16년간 뚜렷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못하다"며 "신흥국의 금리인상도 글로벌 경기회복을 반영하기보다는 환율과 물가방어에 그 목적을 두게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는 신흥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며 "올해 2분기 유로존을 보면, 경기와 상관없이 환율 약세만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등 글로벌 증시에서 달러 영향력이 극단적인 수준까지 왔다"고 분석했다.

달러-원 환율이 외국인 수급과 직결되는 점도 증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인다.

외국인의 투자수익률은 달러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환율의 상승은 수익률에 마이너스 요인이며, 환율의 변동성 확대는 헤지 비용을 높인다.

외국인은 2012년 이후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는 구간에서 순매도로,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순매수로 대응해왔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 등 국내 기관에 의한 지수 방어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식시장이 안정되기 위해선 외국인이 중요하고, 결국 달러 강세가 진정되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터키발 금융 불안 변수들이 이미 달러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진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글로벌 무역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달러 강세가 증시에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jwchoi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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