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한 주가량 앞두고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청와대 변수를 주시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고용을 강조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22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악화하는 고용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는 모습을 보여서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정부는 고용위기 해소를 위해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용해 왔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에 당시 채권시장의 강세 분위기는 짙어졌다.

전일에도 오후 2시경 청와대 관계자 발언이 전해지자 국채선물은 반등해 상승 폭을 확대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그만큼 금통위에서 청와대 변수를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일 한미 금리 차로 국외 자본 유출이 발생하는 데 따라 통화정책을 짚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면 아무래도 여파가 있겠지만, 우리는 또 다른 나라 환경과 다른 측면이 있으니 우리에게 맞는 정책을 써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사실상 금리 인상 칼자루를 쥔 한은 집행부가 고용시장 개선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말에 "이론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하면 성장을 촉진해서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답해 금리동결이 고용개선에 더 효과적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일부 참가자는 청와대 관계자 발언을 '옐런 풋(put)'에 빗대 '청와대 풋'이라 지칭하기도 했다.

'옐런 풋'은 금융시장 또는 경제가 크게 약세를 나타낼 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적극적인 통화완화에 나서 시장을 떠받치는 것을 말한다. 전(前) Fed 의장인 재닛 옐런의 이름을 따서 만든 말이다.

과거 한국은행이 정부 정책에 동조해 금리를 결정했던 상황도 참가자들 뇌리에 남아있다.

지난 2014년 8월, 한은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새 경제팀의 정책에 부응해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척하면 척'이라는 최 전 부총리 발언은 이후 한은의 독립성에 의구심이 제기될 때마다 회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금통위원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겠지만, 실물경기 관련 정부 판단과 정책도 참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며 "특히 한은 총재나 부총리의 경우 정부와 정책 조율 등을 더 고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청와대가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한은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시장도 이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 발언에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일 3년 국채선물 추이, 출처:인포맥스(화면번호: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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