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사임으로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투자 전략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강 본부장이 이끄는 국민연금기금은 '대형주+패시브' 전략을 취했는데, 이 전략이 중·소형주를 죽이고 대형주 쏠림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에 나선 만큼 새 CIO가 이끄는 국민연금기금의 전략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강면욱 CIO의 사표는 곧 수리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임명된 강 CIO는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1년 5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CIO의 임기는 2년이며 실적 평가에 따라 1년 연장이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강 CIO의 사임에 따라 대형주+패시브에서 '중·소형주+액티브'로 전략이 바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3월 강 CIO는 취임 한 달 만에 패시브로 전략을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코스피200 대형주로 포트폴리오를 대폭 변경했다.

당시 조직개편에서도 주식운용실의 기존 패시브팀은 패시브투자팀으로, 액티브팀은 위탁투자팀으로 명칭을 바꿨다.

액티브라는 말을 없애면서 액티브팀의 패시브 역량을 강화, 더욱 안정적인 수익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후 강 CIO는 코스피200을 벤치마크(BM)로 얼마나 잘 복제하는지를 위탁운용사 평가에 넣는 BM 복제율 제도까지 도입했다.

BM 복제율을 강화하다 보니 자율성이 떨어지고 펀드매니저들은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중·소형주 비중을 줄이고 대형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코스닥 지수가 하락세에 있어도 BM 복제율을 맞추기 위해 중·소형주를 일괄 매도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잘 나가던 중·소형주는 몰락, 위축됐던 대형주는 승승장구했다.

BM 복제율을 통해 '중·소형주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시장에서 일자 강 CIO는 결국 6개월 만에 이를 없앴다. 지난해 말 투자위원회를 통해 BM 복제율을 없애고 운용사 평가를 장기수익률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도 대형주+패시브 전략에는 변함이 없었다. 코스피가 2,40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 지수는 800을 바라보다 600선 붕괴를 맛봤다. 현재도 660선에 머물러 있다.

강 CIO는 지난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금의 특성상 국내주식의 규모가 100조를 넘어가면서 액티브한 운용을 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며 "패시브 쪽으로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기본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을 발굴, 투자하고 키워 수익률도 올리고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 투자도 할 수 있는데 왜 대형주 위주로만 가는지에 대한 한 기금운용위원의 질문에 강 CIO는 "기금규모가 커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중견기업에 투자하기에는 규모의 문제, 즉 유동성의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4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투자액은 114조 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19.8%를 차지한다. 이 중 대형주 투자비중은 85%에 육박한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번달 초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주식 투자 중 대형주, 재벌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비중이 84.3%"라며 "코스피 대형주 비중이 77%인데, 국민연금은 코스피 구성보다 더 많이 재벌에 투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해 중소기업 육성과 벤처창업을 최대한 지원키로 했다.

시가총액 순서대로 투자하는 패시브 투자에서는 할 수 없었던 성장 잠재력이 큰 회사 발굴이 액티브 운용에서는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소형주 투자 기회가 열린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누가 새 CIO가 될지 모르지만, 새 정부의 기조를 볼 때 국민연금기금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대형주 위주만 없애도 강 CIO 체제에서 완전히 소외당한 중·소형주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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