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 칼럼> 신흥국리스크, 안전지대는 없다
<이장원 칼럼> 신흥국리스크, 안전지대는 없다
  • 승인 2018.08.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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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머징마켓(신흥국)의 금융 불안 양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터키의 환율과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국제금융시장 전체에 파장을 몰고 왔고,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도 불안감을 벗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환율도 급등락 장세를 펼치고 있다.

터키와 러시아 위기의 발단은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이다. 미국이 이러한 외교갈등을 경제제재로 보복하면서 터키와 러시아의 금융 불안을 불러왔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환율 불안이 큰 원인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위기의 원인은 이 나라들의 부실한 경제 시스템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됐을 때 취약한 신흥국들이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이러한 나라들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도 포함된다. 앞으로 이 나라들의 금융 불안은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잊힌 듯했던 이 이슈는 또다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고,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는 일도 비일비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금융회사들과 당국은 이럴 때일수록 위험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증권사들은 신흥국 관련 상품을 많이 판매했다. 고유계정으로도 투자한 곳도 있다. 이머징마켓의 금리가 높아서 상품 가치가 높고, 신흥국들이 이렇게까지 외환 위기에 빠질 것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에 새로운 투자처를 고민하던 투자자의 니즈와 증권사의 판매 욕구가 맞아떨어져 이머징마켓 관련 상품이 널리 팔려나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신흥국들의 위기가 깊어질 경우 이는 우리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으로 우려된다. 터키에 노출된 익스포저가 작다고 마냥 안심해선 안 될 것이다. 당국은 지속적으로 리스크를 점검해야 하고, 증권사들은 이머징마켓 상품의 위험을 축소해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해 상반기 증권가에 큰 손실을 안긴 중국 자산유동화증권(ABCP) 부실 사태는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애초 문제가 된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과 그 자회사는 중국 베이징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인식됐고, 그걸 믿고 우리 증권사들은 관련 ABCP를 인수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 자회사가 지급불능에 처했을 때 베이징시는 '나 몰라라'식의 태도를 보였고, 투자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전가됐다.

사고는 항상 의외의 곳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터지는 법이다. 중국 ABCP 사태와 마찬가지로 이머징마켓 위기 역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고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과거 1997년 동남아 외환 위기 사태도 마찬가지다. 당시 외환 위기의 불길이 우리나라까지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단기외채를 끌어들이고, 동남아 관련 파생상품에 우리 증권사가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도 위기에 휘말려 들어간 경험이 있다.

터키의 금융충격이 카타르국립은행 ABCP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우리나라의 펀드들이 이 ABCP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우리 당국은 터키에 노출된 위험이 크지 않다며 안심시키고 있지만, 이면의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이머징마켓의 불안은 심화될 것이고, 연관된 상품들의 부실 문제도 계속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만반의 준비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산업증권부장)

jang7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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