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국내 메자닌 시장이 올해 10조원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을 일컫는 메자닌 시장은 지난 2015년께부터 자문사는 물론 헤지펀드, 증권사 고유자산운용(PI) 부서 등의 전폭적인 러브콜에 힘입어 성장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발행된 CB, BW, EB 규모는 5조원을 돌파했다. 발행 건수로도 300여건에 이른다.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 발행된 총 규모의 3분의 2 정도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약 540여건에서 7조5천억원의 메자닌 증권이 발행됐다. 종류별로는 CB가 6조원대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5년(3조6천억원)과 비교하면 지난해에는 100%, 올해에는 전년 대비 30%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메자닌 시장은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고액 자산가 수요에 힘입어 커졌다.

2015년 코스피는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저금리라는 투자 환경이 자리를 잡으면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개인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메자닌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당시 대우증권 PBClass갤러리아,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지점 등 대형증권사 강남 PB센터가 이 같은 바람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발행된 '현대시즌1메자닌펀드'는 3년 만기 폐쇄형임에도 순식간에 완판되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아예 메자닌 랩(wrap)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여기에 2015년 7월부터 한때 금지됐던 분리형 BW가 다시 허용되면서 메자닌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같은 해 말 한국형 헤지펀드의 등록 문턱이 낮아진 점도 시장 확대의 동력이 됐다.

새로 등장한 전문사모집합투자기구는 기존 헤지펀드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아야 했다. 삼성, 미래, 브레인,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1세대 헤지펀드가 대부분 주식 '롱숏'이나 '이벤트 드리븐' 위주였기 때문에 이들은 고액자산가 수요가 많은 메자닌으로 눈을 돌렸다.

씨스퀘어자산운용, 라이노스운용, 플랫폼파트너스 등이 메자닌 전문으로 성장한 헤지펀드들이다. 이들 운용사의 운용순자산(AUM)은 1천억원 안팎이다.

또 증권사 PI 부서가 메자닌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이를 다시 리테일로 되파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증권사 기업금융(IB) 부서에서는 회사채를 발행하기에 다소 신용등급이 낮은 상장사 또는 비상장사를 찾아가 CB를 발행하라고 권유하는 일도 있다.

이런 메자닌 돌풍에 아예 일부 코스닥 상장사에서는 '무이자 CB'까지 인기를 끌었다.

채권 이자 수익은 없지만 주가 상승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두올산업, 영우디에스피, 인포마크, 휴젤, 알에프텍 등이 올해 제로 쿠폰 CB를 발행한 코스닥 기업이다.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도 흥아해운이 0% CB를 150억원 어치 발행해 주목을 받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메자닌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수백 가지의 재무제표 등을 분석해서 해야 하는데 최근 과도한 메자닌 투자 열풍에 적합하지 않은 비상장사의 CB, BW까지 품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탑티어 자문사, 세컨티어 헤지펀드와 증권사 PI에서 투자한 게 아닌 상품이라면 다소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kl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