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기회의 땅 미국에서는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도 결국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치열해진 경쟁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행복보다는 내 집 장만으로 통하게 됐다. 집 장만은 꿈도 못 꿀만큼 집값은 오르고 빚더미는 늘어나자 아메리칸 드림은 점점 더 소박해지고 있다.

150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생명보험회사 매사추세츠 뮤추얼 생명보험이 올해 1~2월 3천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미국인의 82%는 아메리칸 드림이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재정적 보장이라고 응답했다.

아메리칸 드림이 집을 소유하는 전통적인 개념의 응답도 많았지만, 응답자 71%는 재정적 자립을 들었다. 재정적 독립은 충분한 저축액이 있어서 더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조사에서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33%가 그 꿈이 사라지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빚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이크 패닝 매사추세츠보험 대표는 "미국인들은 재정적 안정이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이라고 믿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이미 능력 밖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자의 64%는 모기지 대출이 있다고 말했고, 56%는 신용카드 빚이, 26%는 학자금 대출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재정적인 안전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조사에 응한 사람의 18%는 비상사태를 위해 저축해놓은 돈이 한 달 지출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26%는 1~3개월 치를, 21%는 3~6개월 치를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1조 달러 이상의 신용카드 빚을 지고 있다.

1조5천억 달러의 학자금 대출도 있다. 2013년 1조1천억 달러에서 늘어난 것으로, 빠른 증가 속도다.

자동차 대출은 2013년 8천785억 달러에서 최근 1조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인들이 가진 또 다른 빚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모기지 대출은 15조 달러를 넘어섰다.

교육이나 부동산 투자로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는 일부에게나 해당하는 것이고, 빚더미에 시달리는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빚은 장애물이다.

"집을 소유하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에 필수적이라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을 가지겠다는 것은 몹시 나쁜 생각이다. 집을 가지게 되면 여유가 없어지고, 오히려 경제적으로 자립하겠다는 꿈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미국의 집값은 어마어마하다.

부동산 웹사이트 오너스 닷컴 조사에 따르면 2009~2018년에 집값은 대폭 뛰어올랐다. 이 기간에 금융위기 충격으로 집값은 급락했다가 경기 회복에다 초저금리라는 초유의 유동성 환경과 함께 급등했다.

미국의 상위 20개 주택시장을 꼽아보면 8년간 저점 대비 고점은 2배가량 올랐다. 1제곱피트 당 500달러에 달하는 시골 지역도 많이 늘어났다.

연준은 이미 올해 2번의 금리 인상을 했고, 올해 남은 기간도 1~2번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은 이어질 것이다. 재정적 안전은 더 위협받을 수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연설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칸 드림은 1930년대의 자유, 상호 존중,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집을 가지고 번창하는 사업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메리칸 드림 개념은 미국 정부의 주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념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실업률이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떨어지고 노동시장 참가율이 올라가는 등 완전 고용상태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급여는 늘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고 보면 팍팍한 삶. 아메리칸 드림은 누구에게 돌아왔을까.(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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