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서울 강남권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자 강북권 집값이 빠르게 강남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신고가가 속출하면서 신중한 결정이 요구됐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5.6을 기록했다. 1년 사이에 6.99% 올랐고, 올해 들어서만 4.76%가 상승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간 1.5%, 올해 들어 1.3%에 그쳤다. 전반적인 경기둔화 속에서 아파트 가격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서울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자치구가 변하는 모습이다. 1년간 상승률은 송파구(13.31%)와 강남구(10.17%)가 두 자릿수로 단연 앞서지만, 올해는 용산구(7.68%)와 마포구(7.38%)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최근 3개월로 시계열을 바꾸면 동작구(2.30%), 강북구(2.06%), 서대문구(2.04%), 중구(2.01%) 등이 가격 상승을 주도한다. 이 기간에 강남 4구 중 강동구(0.37%)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강남에서 불을 지핀 아파트 가격상승이 강북으로 퍼져가는 모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 스타일'을 내세우며 강남과 인프라(사회간접자본) 수준을 좁히겠다고 하면서 강북과 강남의 아파트 가격 갭(격차) 메우기도 빨라졌다.

서울 비투기지역에서 집값이 급하게 올라 추가 규제가 거론되면서 그 전에 움직여야 한다는 수요자들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절대 가격이 비싼 아파트 대신 다른 주택유형으로 눈을 돌리면 집값 상승세에서 다소 소외된 모습이 확인된다.

연립·다세대 주택은 서울 내에서 1년간 가격 상승률이 4%에 이른 곳이 없다. 서북권과 도심권만 3%대를 기록했다. 최근 3개월에는 서북권만 1.18% 상승했고 나머지는 0%대다.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1년간 평균 상승률 2.62%는 같은 기간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1월부터 발표돼 전월까지 6개월간 1.20% 상승했다. 서북권이 2.30%로 가장 많이 올랐고 동남권은 0.8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최근 3개월간 서북권 오피스텔의 상승률이 1%에 육박하며 아파트를 위협하지만, 수익률이 올해 초 5%에서 계속 낮아진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지구에서 가격 상승이 시작되면 인근 아파트지구로 전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강북이 뉴타운 사업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받을 곳이 많이 생겼다"며 "주거환경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아파트의 매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금 여력이 된다면 저평가된 곳을 찾을 수 있지만, 추가 규제 국면 속에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며 "매도자의 가격을 무리하게 따라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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