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3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을 주시하는 가운데 소폭 하락했다.

달러화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160억달러 어치 상대국 제품에 25% 관세를 발효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매수가 몰리며 상승했다. 달러화 지수가 지난 5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도 반등에 도움을 줬다.

미 국채 가격은 잭슨홀 회의에 집중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단기물은 수익률이 올랐지만, 장기물은 수익률이 떨어져 수익률 곡선은 11년 만에 가장 평탄한 수준을 보였다.

뉴욕 유가는 무역협상 결과를 주시하는 가운데 소폭 하락했다.

시장은 이날로 마무리되는 이틀 간의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미중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예고한 대로 상대국에 대한 관세를 발효했다.

미국은 2천억달러 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놓고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요인이 무역 갈등 재고조 우려를 키웠다.

이르면 이날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과 멕시코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관련한 소식도 없었다.

대신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장관은 미국과의 NAFTA 재협상과 관련해 속도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전직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유죄 인정 등으로 확산한 미국 내 정치 불안도 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고 있지만, 투자자 불안을 꾸준히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이 탄핵당한다면 증시가 붕괴할 것이며, 모두가 가난해질 것이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잭슨홀 미팅에서는 트럼프의 최근 비판은 금리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나왔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연준은 정치적인 불만이 있더라도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완전고용 촉진과 통화가치의 보존이라는 지침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연준이 정치적 고려 없이 통화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플란 총재는 또 연준이 수익률 곡선 역전 없이도 중립금리 수준까지는 기준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수익률 곡선 역전에 대해서는 유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고용지표를 제외하면 다소 부진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수가 전주에서 2천 명 감소한 21만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주연속 감소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는 21만5천 명이었다.

7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1.7% 감소한 연율 62만7천 채(계절조정치)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았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의 8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계절조정치)는 전월의 55.3에서 54.5로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다.

서비스업 PMI 예비치(계절조정치)도 전월 56.0에서 55.2로 하락했다.

캔자스시티 연은의 8월 제조업 합성지수도 전월의 23에서 14로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았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6.62포인트(0.30%) 하락한 25,656.9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84포인트(0.17%) 내린 2,856.9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64포인트(0.13%) 하락한 7,878.46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주시했다. 트럼프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종목별로는 중국 알리바바가 전 분기 매출 증가 소식에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지만, 순이익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점이 부각된 데다 미중 무역 갈등도 커지면서 3.2%가량 하락 마감했다.

무역 정책에 민감한 보잉과 캐터필러는 각각 0.7%와 2.0%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0.18% 오른 기술주를 제외한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재료 분야가 0.7% 내려 가장 부진했다. 에너지는 0.52%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긴장이 다시 시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을 경계했다.

노스웨스턴 뮤추얼 웰스매니지먼트의 브렌트 슈테트 수석 투자 전략가는 "탄탄한 미국 경제는 주가가 상승 추세를 유지하도록 한다"며 "하지만 무역과 중국 문제 등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주면서 속도는 느려졌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9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96.0%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31% 상승한 12.41을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3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0.2bp 내린 2.821%를 기록했다. 5월 29일 이후 최저치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3bp 떨어진 2.974%를 보였다.

반면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보다 1.5bp 상승한 2.610%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 가격차는 전장 22.8bp에서 이날 21.1bp로 축소됐다. 수익률 격차는 2007년 8월 이후 가장 좁아졌다.

수익률 곡선 플래트닝은 성장에 대한 우려는 물론 더 긴축적인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를 보여준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잭슨홀 회의가 이날부터 시작됨에 따라 채권시장 관심은 연준에 쏠려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오는 24일 연설이가장 관심을 끌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더 강한 달러, 더 높은 금리, 줄어드는 유동성 위협 속에서 이머징 마켓에 안도감을 주기 위해 방향을 바꿀 것인지 좀 더 명확한 견해를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통화 정책은 글로벌 경제 여건이 아닌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의 함수라는 점을 연준이 반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SVB 애셋 매니지먼트의 폴라 솔라네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의 연준 톤이 좀 더 비둘기파적으로, 좀 더 신중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예상보다 글로벌 경제가 더 둔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공개된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내달의 올해 3번째 금리 인상을 거의 기정사실화 했다.

투자자들은 그보다는 무역 분쟁, 재정부양 정책의 완만한 증가 등을 포함한 하락 위험이 늘어나고 있어, 연준이 점진적인 금리 인상 경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호에 더 주목했다.

애버든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맥칸 선임 경제학자는 "향후 12개월 정책 진행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최근 몇 달 무역 환경이 악화함에 따라 연준이 이를 생각에 어떻게 반영할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칸은 "관세 조치가 인플레를 끌어 올리고 성장을 둔화한다면 정책 문제는 간단하지 않은 난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포트 글로벌의 톰 디 갈로마 디렉터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8% 근처에서 단기간 머무를 것"이라며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잭슨홀 회의에서 연준이 FOMC 회의록에서 보여준 관점을 재확인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오후 4시(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1.28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0.55엔보다 0.73엔(0.66%) 상승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541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596달러보다 0.0055달러(0.47%)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8.43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28.19엔보다 0.24엔(0.19%)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지수는 0.56% 상승한 95.629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맞부과로 안전 자산인 달러로 매수세가 몰렸다.

달러 지수는 연준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지난 5 거래일 연속하락했다.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역시 시장에서 다소 비둘기파적으로 읽혀 달러 약세를 이어지게 했다.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9월 금리 인상에는 찬성했지만, 글로벌 무역 분쟁이 기업과 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지켜보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시장은 무역 분쟁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 긴축 통화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중순 14개월래 최고치를 찍은 달러 지수가 2% 이상 하락하면서, 다시 달러 강세를 엿본 투자자들이 달러를 쌓고있다고 시장 참여자들은 분석했다.

BNY 멜론의 네일 멜러 전략가는 "시장이 달러로 회귀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며 "다만 트럼프 발언 이후 달러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CMC 마켓의 마이클 휴손 분석가는 "현재 정치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트럼프는 어떤 추가 기반도 내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이 대중 예비회담 진전을 위해 너무 많이 양보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호주 달러는 1.37% 하락했다. 내각 장관 3명이 줄줄이 사표를 던지면서 자유당의 말콤 턴불 총리가 리더십 위기에 처한 영향으로 호주달러-달러 환율은 6 거래일 최저치를 기록했다.

남아공 랜드화는 2% 가까이 내렸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폼페이오 장관에게 남아공의 토지와 농장 몰수·수용, 대규모 농부 살해 등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라고 했다. 남아공 정부는 지금 백인 농부들로부터 땅을 몰수하고 있다"고 썼다.

남아공 정부는 이에 대해 "나라를 분열시키고 우리의 식민지 과거를 상기시키는 이런 편협한 인식을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반박했다.

FXTM의 후세인 세이드 수석 전략가는 "호주달러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크게 내렸다"며 "호주달러는 어두운 구름이 걷힐 때까지 계속 압력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 텍사스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03달러(0.0%) 내려 67.8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이날까지 진행될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주시했다.

유가는 전날 발표된 미국 원유재고 감소 결과 등에 힘입어 이번 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란 제재에 따른 수출 차질 부담도 유가를 밀어 올렸다.

하지만 이날은 관망세가 짙어졌다.

미중 간 관세 맞부과와 추가 관세를 결정하기 위한 미국 공청회 등으로 무역 관련 긴장감도 다소 강화됐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스태픈 브레녹 연구원은 "미국 재고 감소에 따른 유가 상승 동력이 이날은 미중 무역 관련 걱정이 다시 커지면서 상쇄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약세를 보인 달러가 이날 강세로 전환된 점도 유가 상승세를 누그러뜨렸다.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지수는 전일 95선 부근으로 내렸던 데서 이날은 차츰 반등해 95.6선까지 올랐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유 구매 비용이 증가해 유가에 약세 재료로 작용한다.

전날 발표된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서 지난주 미국 원유 생산이 하루 평균 1천100만 배럴로 늘어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근 원유시장에서는 이란 수출 감소에 따른 공급위축 전망과 주요 산유국 증산 및 미국 산유량 증가에 따른 초과 공급 우려가 혼재돼 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미국 재고 감소와 이란 원유 수출 차질 우려 등으로 강세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액티브 트레이더의 카를로 알베르토 카사 수석 파생상품 연구원은 "최근 몇 주 무역전쟁 우려가 주요 테마였지만, 투자자들은 다시 유가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재고의 가파른 감소와 이란과의 긴장 고조가 주요 동력"이라고 진단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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