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된 부동산 규제정책에도 서울 집값이 다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추가 투기지역지정으로 과열을 잠재운다는 계획이지만 무뎌진 칼날의 효과에 의구심도 적지 않은 모양새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37% 올라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고, KB국민은행 조사에서는 0.72% 뛰어 역대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얼어붙었고 올해 초에도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의 규제에 활기를 띠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보유세 개편안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 및 여의도 개발계획 발표로 시장이 달아올랐다.

급기야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서울 인구의 절반이 넘는 무주택자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매물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정작 시간이 지나면 마치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이 요동치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한 믿음이 더욱 확대되고 주택자의 불안심리만 커지면서 집값이 오름세를 연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하는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이번주에 152.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0~200 범위에서 100을 넘으면 그만큼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WM컨설팅부 부동산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상황도 그렇고 부동산 가격이 오를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었고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심리가 가세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국토교통부는 과열 지역을 대상으로 다음 주 투기지역 추가 지정에 나선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상황에서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1건으로 제한될 뿐이어서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8·2 대책은 금융, 세제 등이 포함된 종합처방이라 충격이 컸으나 투기지역 지정은 종합처방은 아니고 미세조정이나 중급대책 정도"라며 8·2 대책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시장이 과열됐을 때 진정되는 과정을 보면 정부의 신호가 계속 나오고 누적이 돼야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아직 시그널이 쌓이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 대책이 투기지역 지정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엇갈린 정책 행보가 현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정책을 펴고 있으나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 용산 개발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강북 개발방안까지 발표하면서 양 기관이 엇박자다.

양 기관은 이달 초 부동산 시장관리협의체를 만들어 공조를 다짐했지만, 부동산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한 셈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집값이 뛴 것은 서울시장 발언의 영향이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다른 시그널을 준 것이 원인"이라며 "주택 관련 업무가 지방으로 많이 넘어간 상황에서 국토부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서울시가 개발계획 추진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제대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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