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정부가 서울 부동산시장을 다시 과열로 규정하면서 그동안 안정화됐다는 최근의 자평이 무색해졌다. 대략 1년여 만의 투기지역 카드를 새로 꺼냈으나, 정책 실기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연초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원인 분석에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문재인 정부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월평균 0.14% 올랐다. 당시 서울의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대비 0.25%였으니 거시경제를 따라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서울에 투기지역을 지정한 8·2 대책의 효과가 나오기 전 4개월간 월평균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64%까지 높아졌다. 이후 규제가 쏟아지면서 아파트값 상승률이 잠시 떨어지긴 했으나 연말까지 다시 가파르게 회복했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해 1월에 1.34%, 2월에 1.39% 급등했다. 강남지역은 이 두 달에만 아파트 가격이 총 3.72% 치솟았다. 직장·주거 프리미엄에 인프라(사회간접자본)가 뛰어난 아파트는 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육박했으니 자고 일어나면 '억'이 뛰었다는 얘기가 사실상 만연했다.





서울에서 아파트값 상승률이 월간으로 1%를 넘긴 적은 200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2월 기록보다 높은 숫자를 찾으려면 2008년 6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실상 추가 규제를 내놔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때를 놓친 셈이다.

당시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과 관련 규제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투기수요를 막으면 서울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믿었을지 모른다. 때마침 5월부터 서울 월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0.2%대로 떨어지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했다. 두어 달 만에 처지가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인 판단에 소홀하면서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추가해도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가계동향조사에서 확인했듯이 대기업이 살아나면서 고소득자의 소득이 급증해 구매력이 높아졌다"며 "실수요자 확대가 눈에 보이는데 대출까지 막아놓은 상태에서 아직도 투기수요가 시장을 움직인다는 생각은 오판이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과 지방의 초양극화가 진행되는데 다주택자에 세부담을 높이고 임대주택 등록까지 겹쳐 매물을 잠기게 한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며 "시장을 원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잡으려면 지금보다 강한 규제들을 내놓아야 하겠지만,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 이외에 흐를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공급대책을 밝힌 건 긍정적이지만, 효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경제가 부진해 주택가격 상승 요인이 제한되는 만큼 정부가 조바심을 내지 않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jh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