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윤성현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의도적으로 평균 환율을 낮게 잡아 영업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유류비 절감을 위해 시장과 괴리된 달러-원 환율을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27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영업실적 등의 자료를 작성하면서 달러-원 평균 환율을 1,060원으로 삼아 발표했다.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매출액은 1조6천429억원, 영업익 380억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0.1% 증가했지만, 영업익은 11.2% 줄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익 감소율은 주요 항공사가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과 다르다. 경쟁사인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진에어는 같은 기간 61.4%, 28.2%, 87.8% 감소한 영업익을 거뒀다.

아시아나항공만 '항공유값 폭등'에 따른 실적 감소에서 다소 자유로웠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은 시장과 동떨어진 달러-원 환율을 적용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4월의 달러-원 평균 환율은 1,067.76원이었다. 달러-원 환율은 신흥국 불안에 5월 1,076.39원으로 올랐고, 6월 1,092.80원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올해 2분기에 아시아나항공이 제시한 기준환율 1,060원을 밑도는 시점은 종가를 기준으로 지난 4월 2일과 3일, 5일, 6일 등 나흘에 불과했다.

일부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적용한 기준환율 1,060원이라는 숫자를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회계기준원은 '기능통화에 의한 외환거래의 보고'에서 '실무적으로는 거래일의 실제 환율에 근접한 환율을 자주 사용한다'고 제시했다. 또 '평균 환율을 사용할 수 있지만, 환율이 유의적으로 변동된 경우에는 평균 환율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쟁사인 대한항공은 시가를 추종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아시아나항공처럼 사전에 평균 환율을 정해놓고 손익을 계산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매일 정산한다. 평균 환율을 내기 어렵다.

제주항공이 활용한 2분기 평균 환율도 사실상 시가 수준인 1,079원으로 아시아나항공보다 무려 20원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달러-원 환율을 낮게 잡은 건 영업익을 늘리기 위한 '화장법'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30%)을 차지하는 것이 달러로 결제하는 유류비다.

최근 항공급유 단가는 지난해 2분기 배럴당 평균 67달러에서 올해 2분기 91달러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은 6% 떨어졌지만, 급유단가는 35% 급증한 탓에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달러-원 환율이 낮아지면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영업익이 더욱 늘어난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런 행위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실적 개선을 보여줘야 지속적인 여신에 대한 만기 연장도 가능해지고 차입금 대응도 원활해진다.

투자은행(IB)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상증자와 영구채권 발행 등이 어려워진 시점에서 이익 개선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영업익을 늘리려는 것은 아니다"며 "낮은 환율을 적용하면 영업익은 늘지만 매출은 감소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인을 통해 적정하다고 평가받은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형 회계법인 감사부문의 한 파트너는 "내부적으로 이런(시장과 괴리가 큰) 환율 적용을 과거부터 이어진 관례였다고 한다면 문제라고 볼 순 없지만, 신뢰성에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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