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다니던 식당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최저임금 이야기가 오가자 음식점 사장님은 주방 보조 인력 세 명을 줄였다고 털어놓았다. 요리사 자격증이 있는 두 명은 그대로 자리를 유지했고 나이가 들고 자격증이 없는 고령 여성 세 분이 졸지에 직을 잃었다. 장사가 잘 안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큰 이유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주에 가 본 음식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직원 한 명이 그만두었는데 후임을 충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여기저기서 직원 늘였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자영업 전반의 상황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편의점만 해도 그렇다. 건물임대료 카드수수료 가맹점수수료 과당경쟁 등 편의점 점주가 당면한 과제는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문제는 이렇게 여러 가지 부담으로 인해 힘든 상황에서 최저임금 급격인상이라는 조치가 추가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엄청난 부담을 정부가 자영업 주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최저임금을 2년에 걸쳐 거의 30% 인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참고로 물가상승률은 연 1.5% 정도이다. 1년으로 환산하면 물가상승률의 10배에 해당하는 속도로 최저임금을 인상해 주어야 하니 편의점의 경우 점주의 소득이 근로자 소득보다 더 낮아지게 될 지경이다. 편의점 점주들은 매우 격앙되어 있다. 정부 정책이 너무 현실을 무시한 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집단적 반발에 대해 뒤늦게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최저임금은 언급조차 되고 있지 않다. 가장 큰 부담이 되는 항목을 쏙 빼고 다른 부분만 건드리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분기 가계소득에서 상위권과 하위권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전체 가구를 5등분해 최하위 20% 그룹을 1분위, 최상위 20% 그룹을 5분위로 분류한 통계를 보자. 1분위의 명목소득은 전년동기대비 7.6%가 줄어들었다. 2분위는 2.1%, 3분위는 0.1% 감소하였다. 반면 5분위 소득은 10.3% 상승하였고 4분위 소득은 4.9% 상승하였다.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이러다 보니 5분위의 소득이 1분위 소득 대비 5.23배이다. 소위 5분위 배율이라는 이 숫자는 2008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였다.

문제는 통계청 조사가 1인 가구는 제외한다는 점이다. 1인 가구는 작년 10월 기준 약 561만 가구로서 이미 전체 가구의 2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 중에서 50세 이상 가구가 36.6%이다. 소득을 10분위로 분류하는 경우 최하위 10% 계층의 70%가 홀몸노인이라는 통계도 있다. 1인 가구의 경우 당사자가 일자리를 잃으면 즉시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를 통계에 포함하는 경우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1분기 자료를 가지고 분석한 결과를 보자. 2인 이상 가구들만 포함하면 1분위 가계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2분기에는 7.6% 감소했다. 하지만 1인 가구들을 포함해 다시 계산하면 1분위 가계소득은 전년동기 대비 1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일자리를 잃어서 체감소득이 마이너스(-) 100%가 된 1인 가구도 있을 것이다.

이러다 보니 1인 가구를 포함하면 1분위의 가구당 평균 취업자 수는 1년 만에 0.41명에서 0.3명으로 줄어들었다. 1분위에 속한 가구의 숫자가 100가구이면 이 그룹에 속한 취업자들을 다 합쳐 30명이 된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구 수보다 취업자 수가 작은데 100가구 기준 취업자 수가 41명에서 30명이 되었으니 그 영향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5분위 가구의 가구당 평균 취업자 숫자는 2.02명으로 5.9% 증가하였다. 가구 수가 100개라면 취업자 숫자가 202명이 된 것이다. 가구당 평균 취업자 숫자는 4분위가 1.59명, 3분위 1.26명이다. 취업자 수가 많을수록 상위권으로 진입한다. 일자리 숫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저임금인상은 일자리의 질적 측면을 강조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일자리의 양적 측면 즉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이 도래했다.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더라도 일자리가 유지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정부는 최저임금을 고집하고 있다. 장사가 잘 되면 더 줄 수도 있고 장사가 안되면 적게 줄 수도 있어야 고용이 더 잘 유지될 것이다.

그런데도 숫자 하나를 제시하고 모든 업종, 모든 지역, 모든 시점에 대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경제학의 법칙에 따르면 가격이 올라갈 때 수요는 줄어든다. 다른 조건은 그대로인데 노동의 가격인 최저임금만 올리니까 노동 수요가 줄고 있다. 최근 알바몬 등 구인 사이트에 사람을 구하는 숫자가 줄고 있다. 자동 주문기, 즉 키오스크를 만드는 업체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밝게 웃으며 주문을 받아주는 알바생의 미소도 이제는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자동주문에 익숙지 않은 세대들은 커피 한 잔 사서 먹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주제가 무인화인데 우리는 최저임금을 너무 급격히 올린다면서 무인화가 가속되고 있다.

물론 일자리를 지켜낸 근로자의 소득은 증가했다. 전 경제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자료가 바로 근로자 소득이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근로자 지위를 유지하면 좋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지키지 못한 실업자, 그리고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에게는 일할 기회 즉 일자리의 숫자가 중요하다. 이제 근로자 위주의 정책만이 아니라 실업자와 구직자를 고려한 정책이 절실하다.

물가 상승률의 10배씩이나 최저임금을 올리도록 유도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의 간판은 이제 내려야 한다. 민간이 중심이 되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도록 유도하고 일자리의 질적 측면만이 아닌 양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등 다양한 목표를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 분배를 악화시키고 일자리 개수를 감소시키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수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前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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