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롯데그룹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주 SDI코퍼레이션 회장이 롯데쇼핑 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하는 등 태클을 걸면서 지주사 전환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롯데그룹, 4개 계열사 분할·합병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분할·합병을 통해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26일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은 이사회를 열고 4개 회사가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롯데제과 투자부문(롯데그룹 지주사)이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투자부문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들 회사의 주주총회 예정일은 오는 8월 29일이며, 분할·합병 기일은 10월 1일이다. 합병법인 롯데제과 투자부문의 분할·합병 비율은 1, 롯데쇼핑 투자부문은 1.184, 롯데칠성음료 투자부문은 8.351, 롯데푸드 투자부문은 1.737이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달 29일 롯데그룹 4개 계열사가 분할·합병 비율을 변경하는 공시를 냈다는 점이다.

롯데제과 투자부문의 분할·합병 비율은 1, 롯데쇼핑 투자부문은 1.139, 롯데칠성음료 투자부문은 8.209, 롯데푸드 투자부문은 1.783으로 변경됐다.

롯데쇼핑의 분할·합병 비율은 1.184에서 1.139로 낮아졌다. 이는 롯데쇼핑 합병가액(본질가치)이 86만4천374원에서 82만6천501원으로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정정 공시에 따라 롯데쇼핑 주주는 1주당 롯데그룹 지주사의 신주 1.139주를 받게 된다.

정정 공시로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 지주사 지분율이 하락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분할·합병을 진행하는 롯데그룹 4개사 중에서 신동빈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곳이 롯데쇼핑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롯데쇼핑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지분율 13.46%)이다.

롯데쇼핑 분할·합병 비율이 높을수록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 지주사 지분율이 높아지고 롯데그룹 지배력도 강화된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정정 공시를 통해 롯데쇼핑의 분할·합병 비율을 낮췄다.

◇ '신동주 태클'에 롯데그룹 '울상'

롯데그룹이 정정 공시를 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주 회장이 롯데쇼핑이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신동주 회장은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법원에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지난 5월 22일 밝혔다.

바른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롯데쇼핑의 본질가치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며 "이렇게 되면 롯데쇼핑 주주들은 더 많은 롯데그룹 지주사 주식을 받게 되고,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주주들은 롯데그룹 지주사 지분율이 감소해 손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신동주 회장이 롯데쇼핑 최대주주인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신동주 회장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롯데그룹 4개 계열사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지 못하는 등 지주사 전환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17일 제출한 분할 증권신고서에서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롯데제과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쇼핑 기업가치의 적정성을 문제 삼아 지난 5월 롯데그룹 4개 회사의 주주총회 결의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번 분할·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신동주 회장은 지난 18일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두우를 통해 롯데그룹 4개사의 분할·합병 안에서 롯데쇼핑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분할·합병 안에서 롯데쇼핑의 사업위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롯데쇼핑과 다른 3개 회사가 합병하면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계획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라며 "롯데그룹이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 안을 통과시키기 전까지 '신동주 리스크' 때문에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신동주 회장은 롯데쇼핑 지분 7.95%, 롯데제과 지분 3.96%, 롯데푸드 지분 1.96%, 롯데칠성음료 지분 2.83%(의결권 없는 주식 제외)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분할·합병 비율은 여러 번 변경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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