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개인정보 활용 시 정보 주체 동의를 필요로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중에서 신용등급이 4~6등급인 중신용 차주 비중은 3.8%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신용등급이 1~3등급인 고신용 차주의 대출 비중은 96.1%에 달한다. 이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이 제한된 것을 중금리대출 활성화의 애로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다.

중금리대출 대상에 해당되는 중·저신용자들의 경우 기존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서는 대출이 가능한 신용 등급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 개방을 통해 통신비나 보험료 납부 이력, 범칙금 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반영해 신용평가 모형을 정교화시킬 수 있다면 중·저신용자들의 신용 등급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대출 심사 등 업무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고객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때 항목마다 반드시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개인식별정보는 물론 다른 데이터와의 결합 없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비식별정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이 제공받을 수 있는 개별 데이터 항목도 정해져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은 개설발급정보·개인대출정보·개인채무보증정보 등 7개의 신용거래정보와 연체정보·대위변제 및 대지급정보·금융질서문란정보 등 7개의 신용도 판단정보, 세금체납정보·채무불이행자정보 등 4개의 공공정보를 통해 고객의 신용도 및 신용거래능력을 판단할 수 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알리바바가 설립한 중국의 마이뱅크같은 경우 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정보가 대략 10만개 정도인 반면 우리나라는 100개가 안 된다"면서 "마이뱅크의 경우 인공지능이 해당 정보를 분석해 3분만에 대출 가능 여부와 대출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 평가 모형이 대손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원하는 것은 중·저신용자들이 1금융권으로 편입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어떤 고객이 상환을 잘 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기준이 정교해진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도 늘고 대손 관리도 수월하게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언급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지난 3월 '금융분야 데이터활용 및 정보보호 종합방안'을 내놓고 익명·가명정보에 대해서는 사전 동의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편의성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순히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편리해진다는 것만을 이유로 개인정보를 보호해오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가 없다"며 "익명·가명 정보의 활용에 대해서도 아직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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