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말 입주…약 5천명 인력 상주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요즘 무섭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삼성전자 무풍에어컨은 어디에서 탄생했을까.

지난 2011년 연구를 시작해 2016년 출시까지 5년이 걸린 무풍에어컨은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가 가장 자부심을 갖고 소개하는 제품 가운데 하나다.

19일 삼성전자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공개한 서울 R&D 캠퍼스를 찾았다. 지난 2015년 11월 말 입주를 시작해 현재 약 5천명의 인력이 상주하고 있는 R&D 특화사업장이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센터, DMC 연구소, IP 센터 등이 모여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보안구역'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곳이다.

약 5만3천㎡ 부지에 6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생활가전 디자인팀 송현주 상무는 "이제 에어컨은 무풍에어컨과 무풍이 아닌 것으로 나뉠 정도"라면서 "이전의 에어컨은 쓰지 않을 때 안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면 무풍에어컨은 공간의 품격을 높여주는 제품으로 에어컨의 위상을 바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상무는 그러면서 "바람이 없는 바람이라는 반전 스토리를 만들었다. 디자이너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일시적인 유행에 치중하기보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히 생활가전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971년 단 2명의 디자이너로 디자인 직무를 신설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1993년 '신경영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강화하는 노력에 나섰다. 1996년을 '디자인 혁명의 해'로 선포해 디자인 혁신을 추진했다.

2001년에 CEO 직속 조직으로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하고 2005년 '밀라노 디자인' 선언으로 초일류 디자인을 위한 혁신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디자인 경영센터에는 각 사업부에 소속돼 있는 1천5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 외에 샌프란시스코와 런던, 베이징, 델리, 도쿄, 상파울루 6곳에 글로벌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송 상무는 무풍에어컨의 디자인에 대해 "개발하고 기획하는 분들과 굉장히 치열하게 협업하고 싸우기도 했다. 시장에 없는 개념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면서 가장 기억에 많은 남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또 "한 대의 세탁기에서 두 개의 분리 세탁이 가능하게 만든 플렉스 세탁기는 디자이너들이 적극적으로 컨셉을 만들어서 사업부 파트너들과 협력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혁신을 기대할 만한 제품군을 묻는 말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 이돈태 전무는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관련 새로운 제품군, 하만 인수 이후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기존에 삼성전자가 하는 제품이 아닌 크로스오버 때 시너지가 나는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풍에어컨의 디자인 혁신은 국내외에서 수상한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UX(사용자경험) 부문 수상을 시작으로 올 2월에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독일 국제 디자인 공모전 'iF 디자인 어워드 2017'를 수상했다.

미국 'IDEA 2017'에서는 'Top Winner'로 선정되기도 했다.

디자인센터에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디자인 서적을 탐독하고 비디오 자료를 볼 수 있는 7천여권의 소장장서가 마련된 도서관이 있다.





또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삼성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사운드 브랜딩'을 하는 사운드랩이 자리하고 있다.

사운드 기획부터 제작, 튜닝, 녹음 등이 실제로 진행된다.

이곳에서 녹음된 음원들은 갤럭시 S7과 S8에도 들어갔다.

2012년부터는 'Over the horizon'이라는 멜로디를 개발해 삼성 무선사업부 제품의 브랜드 멜로디로 사용하고 있고, 가전은 'Beyond horizon'이라는 멜로디를 쓰고 있다.

컨셉회의에만 한 달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사운드 디자이너 남명우 책임은 말했다.

삼성전자 가전뿐만 아니라 경쟁사의 가전제품까지 실제 사용환경에 모아 놓은 '홈 익스피리언스(Home experience) 랩'도 찾았다.

R&D 캠퍼스 내 우면빌리지에 자리한 이 랩은 52평의 실제 가정과 같은 환경에 30개의 가전을 직접 설치해 디자이너와 소비자들이 체험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주방에 오븐만 7개로 삼성전자 제품뿐만 아니라 경쟁사 제품까지 한데 모아 다른 가전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비교한다.

직접 고객을 초청해 이곳에서 피드백을 받기도 하는데 이 공간에서만 500명의 고객을 만났다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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