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한종화 기자 =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3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인상 의지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다만, 물가상승 속도가 7월 전망보다 더딜 것이라는 전망과 취업자 수도 하향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발언에 시장은 금통위를 강세 재료로 소화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중반에 머무는 것은 전기료와 건강보장보험 강화, 승용차 개별 소비세 인하 등 정책효과가 적지 않았다"며 "정부 정책 영향으로 물가 상승속도는 7월 전망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온 오전 11시 26분을 기점으로 채권시장은 급격히 강세를 확대했다. 3년 국채선물은 전일 대비 19틱 상승한 108.86, 10년 국채선물은 전일 대비 37틱 상승한 123.63까지 오르며 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이 총재가 "앞으로 통화정책은 경기와 물가도 짚어보지만, 금융안정 상황에 좀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안정을 수차례 강조하자 시장은 강세를 되돌렸다.

시장참가자들은 이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 의지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면서도 확실한 매파 성향을 드러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A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초반에는 총재의 발언이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에 시장이 강세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후 총재가 금융안정을 좀 더 이야기하면서 인상 가능성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서 시장 강세는 다시 조정받았다"고 덧붙였다.

B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총재 발언을 살펴보면 연내 금리 인상 여지를 열어두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한편으론 인상 의지에도 그만큼 금리 인상 여건이 안 받쳐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비둘기파로 해석하면서 시장이 강해졌지만, 나중에는 자신 없는 '매'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매는 매인데, 힘 없는 매다"고 덧붙였다.

시장참가자들은 올해 금리 인상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C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인상의 여지를 주기 위해 소수의견은 있었지만, 연내 동결 쪽에 힘이 실릴 것 같다"며" 물가도 예상보다 낮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고 고용 부진도 쉽게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D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이주열 총재의 멘트 자체는 비둘기파적이었다"며 "복지 재원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다고 한 발언을 볼 때 올해 금리 인상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고채 3년 금리는 1.80%, 3-10년 스프레드는 30bp 수준에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이주열 총재의 애매모호한 발언을 두고 한은의 리더십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E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키워드는 좀 더 신중하겠다는 것"이라며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한은만의 색깔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리더십 있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준 금통위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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