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 투기자금 조달 수단으로 변질하면서 정부의 정책기획 능력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처음 정책을 설계했을 때 의도와 다르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면서 임대주택 등록 때 세제 혜택을 줄일 것을 시사했다.

국토부는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고 임대주택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목적으로 지난해 말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시행 중이다.

주택을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에 합산하지 않고, 양도소득세의 장기보유 특별공제율도 70%로 확대된다. 내년부터 연 2천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이 정상과세 되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큰 폭으로 경감된다.

실제로 임대사업자 등록자 수는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이 나온 뒤 큰 폭으로 늘었다.





그동안 국토부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정책 효과를 내고 있다며 치켜세웠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규제정책에 허점으로 작용하는지도 모르고 정책 효과를 자랑하다가 급기야 해당 정책이 다주택자의 절세 전략으로 전락했음을 시인한 셈이다.

사실 세제혜택의 부작용은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방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예고됐다.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올해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혜택이 계약갱신청구권, 월세 상한제 등 규제가 빠진 채 도입돼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하는 것과 자기모순이 되는, 다주택을 권장하는 제도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등기부등본, 주택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 월세 세액공제 자료 등으로 임대소득세 과세를 할 수 있으므로 세제 혜택을 주면서까지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세제 혜택이 부동산 투기억제책의 예외조항 같은 느낌"이라며 "투기억제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에게 무거운 세금 부담을 안기는 데 있는데, 그런 특혜로 인해 무력화되는 결과가 빚어진다"고 꼬집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종부세, 양도세 쪽으로 세금 부과 기준을 강화하거나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법이 제시될 수 있다"며 "혜택을 줄이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이 활발하지 않으면 2020년에 등록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하는 정부 방침이 상반돼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보유세를 강화해야 하는데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보유세 강화에 구멍을 내는 것"이라며 "세제 혜택을 줄이는 것을 넘어 없애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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