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지난주 카타르국립은행(QNB)의 자산담보기업어음(ABCP) 불안감에서 촉발된 펀드런 사태가 다소 진정됐다. 그럼에도 아랍계 은행 관련 유동화 증권이 대거 발행된 상태라 경계 심리를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터키에서 촉발된 QNB ABCP 펀드런 '진정국면'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파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중단했던 '알파에셋법인MMF 1호'의 환매를 이날부터 재개했다. 다른 편입자산의 만기가 돌아오는 등 유동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지난주 터키의 금융 불안이 카타르 은행권에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했다. 특히 터키 은행을 자회사로 둔 QNB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약화했다.

QNB의 외화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ABCP를 편입한 MMF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로 인해 DB자산운용과 알파에셋자산운용, 흥국자산운용의 MMF는 급격한 유동성 위축으로 환매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 디폴트가 발생한 것이 아니고, 기초자산이 정기예금이라는 안전자산인 만큼 펀드런 사태는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QNB 관련해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월말 자금 수요와 불안 심리가 맞물리며 자금 이탈이 컸다"며 "디폴트나 부실화된 것이 아니고 불안 심리로 인해 해당 ABCP 거래가 끊겨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고, 이제 월말이 지나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계감 여전…아랍계 은행 관련 SPC만 30여개

업계에서는 여전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터키 관련 익스포저를 보유한 아랍계 은행이 다수이고,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발행된 유동화 증권 규모가 10조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터키 위기가 자칫 아랍계 은행 전역으로 퍼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등을 통해 정기예금 유동화 증권을 발행한 아랍계 은행은 5개 남짓이다. 이 중 자회사 등을 통해 직접 터키 익스포저를 보유한 곳은 카타르국립은행(QNB), 에미리트 NBD, 더커머셜뱅크 등이다.

QNB와 관련해 KB증권 등 증권사들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는 총 20여개다. 다른 아랍계 은행인 도하뱅크 관련 SPC는 10개, 알칼리지은행 1개, 더커머셜뱅크 2개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SPC는 이 은행들의 달러화 예금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ABCP를 발행했고, 주요 자산운용사는 MMF에 이를 편입했다.

NBD의 유동화 증권을 편입한 DB자산운용의 DBNEW해오름신종MMF제3호, 더커머셜뱅크의 유동화 증권을 편입한 MMF 등에서도 지난주 자금 이탈이 빚어졌다.

교보악사자산운용과 DB자산운용, DGB자산운용의 MMF에도 도하뱅크 ABCP가 편입됐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터키 금융 불안이 투자자산 부실화로 이어져 QNB는 물론, NBD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았다"며 "이 때문에 해당 MMF에서도 자금 이탈이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랍계 은행 등을 통한 익스포저 등, 터키 관련 간접적 위험 노출액까지 고려하면 국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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