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신흥국 통화와 달러 방향을 둘러싼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환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 내 환율 전망은 원화 강세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 리스크 부담은 전적으로 고객이 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 "1,100원대 해외주식 환전하세요"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최근 해외주식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환전 이벤트를 열고 있다.

삼성증권은 9월중 외화를 100만원 이상 매수하는 해외주식 첫 투자자에 최소 1만원에서 최대 20만원의 지원금을 준다.

1천만원 이상 해외주식을 타사대체로 입고하는 투자자에는 1천만원당 3만원(최대 50만원)을 지급한다. 미 달러, 일본 엔화는 물론 베트남 동, 대만달러, 홍콩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위스프랑, 인도네시아 루피아, 태국 바트 등 여러 통화를 환전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말까지 해외주식 첫거래에 나서는 투자자들에 최대 20만원, 80% 환율 우대를 한다. 대상 통화는 미 달러, 중국 위안, 홍콩달러, 일본엔, 유로화 등이다.

한투증권은 고시환율이 1,091.60원일 때 스프레드율 1%를 포함해 일반적으로는 1,102.52원을 적용하지만 이벤트 기간에는 1,093.78원에 환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달러자산을 하우스뷰로 내세우던 대신증권의 경우 해외주식 환전 이벤트는 잠잠한 상태다.

◇ 내부 환율 전망은 "원화 자산매력 상승"

이처럼 해외주식 투자를 내걸고 환전을 부추기는 증권사들의 외환시장 전망은 오히려 달러보다 원화 강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삼성증권은 9월 전망 보고서에서 달러 롱/달러 외 숏포지션의 과잉을 지적하며 "달러의 강건한 흐름이 급격히 후퇴해 완연한 약세로 가기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것이 더 필요하다"며 "그러나 달러 상승에 베팅한 누적포지션은 역사적 고점 수준에 이르고 있어 사소한 촉매의 투하에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이 구성중이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삼성증권은 "유로를 비롯한 여타통화의 경우 과매도 신호가 포착되는 상황"이라며 펀더멘털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포지션 정리가 분명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화 자산 매력도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삼성증권은 "최근 수일간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은 신흥시장 내에서도 수위권을 유지중"이라며 "원화 환율 역시 낮은 변동성을 보이며, 여타 신흥국과 차별됨을 과시하는 가운데 달러 강세 진정, 신흥시장과 미국과의 자산가격 괴리가 임계치에 근접한 점 등은 원화표시 자산의 매력도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한투증권도 원화 강세에 주목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투증권은 전일 매크로 포커스에서 "국내 내수경기의 구조적 부진은 무역수지 흑자폭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과거 2015년과 같은 불황형 흑자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와 국내로 유입되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면서 원화 강세와 국내 통화량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아르헨 고금리에도 투자 망설이는 이유 '환율'

증권사의 환율 전망이 원화 강세 쪽으로 기울었음에도 환전 이벤트는 지속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외환시장 여건이 그리 녹록지는 않기 때문이다.

터키 리라화, 아르헨티나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등 환율 폭탄을 맞은 나라가 많아질수록 신흥국 통화들은 불안해진다.

글로벌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 달러-원 환율이 내려도 문제다.

1,110원대에서 달러로 환전해 투자했는데 나중에 달러-원 환율이 1,090원대라면 마이너스가 발생한다.

물론 해외증시가 호조를 보였다면 결과는 나쁘지 않으나 주식투자 손실에 해당 국가통화의 약세까지 겹친다면 환리스크는 부담요인이 된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아르헨티나 금리가 60%까지 올라도 섣불리 투자할 수 없는 것은 환율 리스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며 "해외주식 투자를 할 때 해당 자산의 수익률만 볼 게 아니라 환율 전망도 신중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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