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건설사의 체감경기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주택 규제가 잇따라 발표됐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축소한 영향을 받고 있다. 중견건설사들도 이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토로했다.

4일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보면 올해 1·4분기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표본) 중 건설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5%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만 해도 2.4%에 머물렀는데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작년까지 전산업 평균에 못 미쳤지만, 올해부터는 다소 웃도는 모습으로 개선됐다.





주요 상장 대형건설사에서는 실적 개선이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 GS건설과 금호산업,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한화건설과 SK건설도 전분기보다 두 배가량 영업이익이 확대하는 등 비상장 건설사의 선전도 눈에 띈다.

대형건설사에서의 온기가 중견·중소 건설사까지 옮겨가면 건설업은 수익성에서 새 기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의 체감경기는 벌써 얼어붙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에서 중견기업은 67.5에 머물렀다. 전월보다 15.0포인트나 빠져 올해 최저치다. 기준치인 100을 크게 밑돌아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대형기업은 전월보다 18.2포인트 하락해 81.8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월보다 10포인트 내려 50.0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1월(47.9) 이후 가장 나쁘다. 지방기업의 CBSI가 55.5까지 내려갔는데 전국 부동산시장이 양극화하면서 지방에 사업장을 둔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박철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통상 혹서기 발주가 감소하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지수가 5~9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처럼 크게 하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며 "건설기업의 심리가 경기 침체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국면이 단연 원인으로 지목된다. 투기지역을 늘린 8·27 대책에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올해보다 5천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높아진 영업이익이 과거 부진을 만회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안타깝다"며 "주택 규제로 도시정비사업 진출은 어렵게 돼 개발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해도 현금을 확보할 시간이 촉박하고 금리부담도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최근 이익률 개선에도 건설업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140.6%로 전년 말보다 9.5%포인트 높아졌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19.4%로 0.5%포인트 올랐다.

박철한 부연구위원은 "계절적 요인으로 9월 CBSI가 올라갈 수 있지만, 지수가 80선에도 미치지 못해 부정적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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