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우리은행이 희망퇴직을 확대하고자 '파격 조건'을 내걸자 대상 직원들이 고민에 빠졌다.

민영화 원년을 맞아 퇴직금은 물론 일시에 지급되는 기타 인센티브가 크게 늘어 챙길 수 있는 금액이 작년의 두 배가 됐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24일까지 전직지원제도에 응할 신청자를 받는다.

그간 우리은행은 희망퇴직 개념의 전직지원제도를 통상 입행 10년 차 이상인 일반 직원과 개인금융 직군 직원을 대상으로 2003년 이후 꾸준히 실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올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지 않는 직원(1963년 이후 출생자)에게 특별 퇴직금으로 36개월 치를 주고, 임금피크제에 진입한 직원은 최대 30개월 치를 지급할 예정이다.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고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퇴직금을 지급한 KB국민은행과 같은 수준이다.

임금피크제 전후 고연령층의 희망퇴직을 유도하고자 다양한 항목의 인센티브도 늘렸다.

중학교 이상의 자녀를 둔 직원에겐 두 명까지 2천800만 원의 학자금을 일시에 지급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1천만 원을 준다.

그간 고등학교 이상 자녀를 둔 직원에게만 주던 학자금을 초등생까지 확대하고 1인당 1천만 원 가까이 증액했다.

1천만 원의 재취업 지원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재취업 준비를 하는 직원에게만 조건에 따라 소정의 현금과 연수 프로그램이 지원됐지만, 이번엔 전직지원제도 신청자 전원에게 일시 지급한다.

가족의 여행을 지원하는 300만 원 상당 여행 상품권도 추가됐다.

만약 지점장으로 근무 중인 1965년생 직원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자녀가 있다면 이번 희망퇴직으로 수령할 수 있는 일시금은 4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1억 원 초반인 지점장급 연봉 3년 치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까지 한꺼번에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정부가 최대주주였던 우리은행은 줄곧 평균 19개월 치의 특별 퇴직금을 지급해왔다. 이에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규모가 작았다.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우리은행은 현재 다른 은행보다 낮게 책정된 임금의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올해 특별 퇴직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상향 조정됐다.

여기에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들도 지속해서 인력 구조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우리은행의 총 임직원은 1만5천740명. 이중 올해 말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는 1963년생부터 1965년생은 약 1천900명으로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다. 이들을 포함한 10년 차 이상 직원은 3천 명 정도다.

조건이 이전보다 매우 좋아져 우리은행 직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민영화 이전과 이후 전직 제도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이 억 단위로 차이 난다"며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령금 덕분에 접수 마지막 날 신청자가 몰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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