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최근 채권 발행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는 증권사가 늘어난 가운데 많은 증권사가 프랍 트레이딩(자기자본 거래) 부서를 통해 경쟁사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결정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키움증권은 1천47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발행 목적은 운영자금 조달이라고 밝혔다. 사채 만기일은 2022년이고 전환청구기간은 내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로 설정됐다.

키움증권 CB에는 구조화 금융부와 자기자본투자(PI)부서 등 여러 증권사가 참여했다. 신영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각각 300억원, 한화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50억원 이상 투자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메자닌 PEF를 통해 각각 30억원, 20억원 투자에 나섰다.

신한금융투자는 자기계정으로 60억원을 투자했다. 또한, 구조화금융부서에서는 파인솔루션 SPC(특수목적회사)에 매입약정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익스포저를 더 늘렸다.

앞서 지난달 말에 진행된 메리츠종금증권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에도 많은 증권사가 관심을 보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각기 다른 8개 조건의 RCPS를 발행했고,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이 투자했다.

투자에 나선 각 증권사는 타사 CB나 RCPS 등에 대한 투자가 단순 투자 목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셈법이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우량 상장기업의 CB나 RCPS를 구하기 힘들다"며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메자닌을 선택하는데, 키움이나 메리츠처럼 증권업에서도 높은 수익성과 탁월한 강점을 보유한 기업들이 메자닌을 발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 PI 부서에서는 10억원이나 20억원 규모의 자금 집행에도 리스크관리가 심한데, 만기 전에 상환하든 주가가 오르든 양방향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상장사의 CB 등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덧붙였다.

키움의 경우 이번 자금 조달로 인터넷 전문은행 등 신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보며 향후 사업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로 평가했다. 메리츠 RCPS의 경우 보통주보다 우선해서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과 메리츠의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투자로 이어졌다.

이외에 전략상의 유인도 작용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CB나 RCPS 투자가 꼭 주가가 올라야 돈을 버는 투자는 아니다"라며 "대부분 CB의 경우 콜옵션과 풋옵션이 모두 존재하거나 풋옵션만이 붙어 있고는 한데 이를 통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10건의 투자 건 중 투자할만한 괜찮은 딜은 2건 정도로 본다"며 "이 경우 투자 매력이 높지 않음에도 다음 기회를 위한 관계를 다지는 바터(barter·교환거래) 차원에서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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