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부동산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정책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물론이고 집권여당 대표까지 나서서 강력한 대책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합부동산세의 강화, 전세대출 규제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 급등을 투기로 규정하고 이른바 '투기와의 전쟁'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부동산 시장 불안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부동 급등의 원인을 수급과 심리 두가지로 보고 있다.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각종 규제 장치가 도리어 매물 품귀 현상을 불렀고, 다급해진 수요자들은 없는 물량이라도 사겠다고 나서면서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시장이 됐다는 분석이다. 서울은 강남·강북을 막론하고 최근 몇주 사이 호가가 2억 이상 오른 곳이 수두룩하다. 이마저도 매수 의사를 보이면 철회하고, 계약을 맺었더라도 위약금을 물고 파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파악하는 원인은 다른 것 같다. 투기세력들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바로잡으면 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투기세력만 잡는다고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빚내서 갭투자하는 투기세력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분양할 때마다 사상 최고 경쟁률을 보이는 것을 보면 아파트를 사고 싶은 무주택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집을 넓혀가려는 1주택자, 아이의 성장에 따라 조금 더 좋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싶은 실수요자도 엄연히 존재한다. 시장에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높은 호가를 잡으면 그것이 시세가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투기세력을 잡고 실수요자의 시장으로 만들더라도 현재와 같은 수급 구조에선 아파트값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2006년 11월 이후 약 1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심리 싸움에서 시장이 정부를 압도해가는 모양새다. '정부와 시장의 대결' 프레임에 갇히면서 국민은 참여정부 때 부동산값 폭등의 데자뷔를 떠올리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 때 심리와 비교된다. 당시 집을 사면 반 토막 날 것이라는 공포심리가 시장을 지배했다. 서울 중심지에도 미분양이 속출했고 어떻게 해서든 전세로 살고 집은 구매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지배적이었다. 이 심리를 되돌리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한번 형성된 심리를 바꾸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심리전에서 밀린 정부가 최근 시장 상황을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급측면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뒤늦게라도 서울 등 수도권의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공급물량은 일러야 3~4년 뒤에 시장에 나오는 점이 문제다. 당장 현재의 공급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결국 기존주택이 매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도세 중과 규정을 완화해 집 가진 사람들의 매도 욕망을 자극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런 물건들이 거래 체결되기 시작하면 시장엔 매물이 많아지고, 수급이 균형을 찾으면서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매수 일변도의 시장 심리를 완화시키는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여기에 유동성을 옥죌 대출규제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더해진다면 정책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채찍만 써왔다면 이제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쓰는 정책이 나올 때가 됐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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