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새 아파트 선호 현상과 함께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차선책으로 10년 이상 된 아파트에 손을 대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청약가점제 확대와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의 입주 11~15년차 아파트가 올해 평균 6억2천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보다 14.8% 상승한 수치다.

입주 후 연령별로 분류하면 연령과 가격이 반비례한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입주 21년 이상만 특이현상을 보이고 다른 연령대에서는 감가상각 등이 적용된다.





올해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 순위에서 입주 11~15년의 아파트가 가장 높다. 작년에 새 아파트가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다면 올해는 이른바 '구축' 아파트가 이를 따라잡으며 선전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 내 투기지역에서 더욱 심하다.

올해 투기지역 내에서 입주 5년 이내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2.4%로 나타났다. 입주 11~15년 아파트는 21.2%에 달한다. 입주 16~20년 아파트는 12.8%를 기록했고 뒤이어 입주 21년 이상이 7.5%를 보였다.

연령이 높은 만큼 새 아파트와 비교해 주거만족도는 다소 낮을 수 있다. 다만, 서울 주요 지역에서 좋은 입지를 가졌고 주변 인프라(사회간접자본)를 새 아파트와 공유할 수 있는 곳들은 수요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셈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도 수요를 불렀다.

투기지역은 수요가 높은 곳이라는 인식까지 퍼지면서 '똘똘한 한 채'를 고민하는 수요자에 우선 지역으로 꼽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에 '갭 메우기'가 본격화했다고 판단했다.

김은선 직방 매니저는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투기지역 등의 지정을 통해 거래 및 대출, 세금규제가 강화됐는데 이들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매매가격이 낮은 아파트를 찾는 수요로 구축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며 "정부규제에 따른 집값 조정이 단기에 그치자 한동안 관망세를 유지한 주택매입 대기수요가 갭메우기식 거래로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규제 풍선효과로 젊은층이 구축 아파트 매수에 더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청약가점제 확대와 대출 규제로 가점과 자본이 부족한 젊은층이 손대기 쉬운 구축 아파트로 쏠릴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의 계층별 차등화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은선 매니저는 "단기간 가격 급등으로 거품논란이 일고 있고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8·27대책에 이은 추가대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기에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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