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지금 미국은 온통 트럼프 신간 얘기뿐이다.

지난 4일 일부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관한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Trump in the White House'가 언론을 도배했다. 거의 모든 방송이 패널을 데려다가 이 책에 대해 경쟁적으로 다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에 해당하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백악관을 "미친 도시(Crazy town)"라고 규정했고, 그의 전임인 라인 프리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하는 그의 침실을 "악마의 작업장"이라 불렀다고 이 책은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쥐새끼라고 욕설했으며, 자신과 대립각을 세웠던 존 매케인 전 의원에 대해서는 '겁쟁이'라 지칭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 신간은 '워터게이트'를 특종한 '전설의 기자' 우드워드가 썼다.

연초 발간된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 최근에 나온 전직 백악관 참모 오마로자 매니골트 뉴먼이 회고록 '언힌지드(Unhinged)' 등 이전에도 트럼프 정부의 속살을 파헤친 책은 있었지만,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인 데다 우드워드라는 이름값이 더해져 이번 책은 정가는 물론 미국 전역에 파문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기와 속임수"라며 '폭풍 트윗'을 날렸고 소송 등을 거론하지만, 이들 일련의 책 등을 종합해보면 밥 우드워드가 묘사한 혼란스러운 백악관 내부 모습은 놀랍도록 사실일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매체 중 하나인 CNN은 "이런 일관성은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다'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대다수 방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원이 누군지, 왜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았는지 등 우드워드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에 속도를 높이는 시점이어서 파장은 꽤 크다.

책 내용의 일부만 공개됐지만, 오는 11일 공식 출간되기도 전에 아마존 톱 셀링 리스트에 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드라진 회사가 하나 있다.

차고에서 책 팔다 1조 달러짜리 기업이 된 아마존, 뉴욕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아마존 주가는 장중 2,050.50달러까지 고점을 높이면서 장중 시총 1조 달러를 넘었다.

아마존은 애플이 지난달 2일 시총 1조 달러를 넘긴 데 이어 미국 증시 역사상 두 번째로 시총 1조 달러 기업이 됐다. 아마존 주가는 올해 들어 75%가량 급등했다.

아마존은 1994년 인터넷이 막 활성화하던 무렵 온라인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 아마존이 기업공개를 했을 때 가치는 5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20년 만에 기업 가치가 2천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아마존은 공격적 인수합병(M&A)을 계속하면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사업을 넓혔다. 아마존이 진출하는 사업의 지형이 바뀌고 경쟁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아마존 효과라는 말도 생겨났다.

아마존의 영향력이 거대해지면서 온라인 시장에서 유통되는 미국 달러화의 절반을 아마존이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트럼프 신간이 걸린 아마존의 톱 셀링 리스트는 미국 서점가의 판매 바로미터다. 책이라는 고리로 얽힌 트럼프 대통령과 아마존. 둘의 앙숙 관계는 이미 잘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대표는 물론 베조스 대표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까지 싸잡아서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아마존은 침묵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응하지 않았다. 이번 책의 저자 밥 우드워드는 현재 워싱턴포스트의 부편집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우체국의 재정 평가를 위한 행정 명령을 내렸다. 미국 우체국이 아마존을 위해 배송하는 상품마다 1.50달러의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을 저격한 행정 명령이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이 헐값에 미국 우체국 망을 배송에 이용한다고 재차 공개적으로 지적했으며 반독점 위반 지정까지 암시했다.

지난달 재정 평가 결과가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평소 캐릭터와는 달리 침묵하고 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받아들지 못한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아마존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이 미국 우체국 이익을 훼손한다는 우려 트윗 이후에도 42%나 올랐다.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권력자 미국 대통령과 시장에서 막대한 위력을 가진 기업 둘 중, 기업의 미래에 더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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