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달러-원 환율이 한 달 만에 장중 1,110원대를 터치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물가지표 부진에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ECB의 긴축 신호는 글로벌 달러 약세 및 달러-원 환율 하락을 가속할 수 있어서다.

20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11일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151.10원에서 전일 1,120.60원으로 내려앉았다.

미 기준금리 인상의 지연이 예상되며 달러화가 그동안의 상승분을 반납한 데다 이날 ECB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경계심도 달러화 약세 재료가 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유로존 경제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ECB가 매파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ECB가 이미 긴축을 시사한 바 있어 시장이 이를 일부 선반영했다면서도 좀 더 강한 긴축 신호가 나온다면 달러화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을 깜짝 시사하자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10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0156달러(1.40%) 오르며 지난해 8월 18일(1.1352달러) 이후 가장 높은 1.1336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이번 통화정책회의 성명에서 QE 확대 관련 문구를 삭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성명에서 ECB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전문가들은 유로-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에 달러-원 환율도 동반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ECB의 긴축 신호 강도가 얼마나 셀지가 중요하다"며 "현재 추세로 봐서는 긴축 예상이 뒤집히지 않는다면 유로-달러 환율 상승과 달러-원 환율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ECB가 당장 테이퍼링을 실행할 것도 아니므로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긴축 신호를 주는 것은 경제 회복 신호로 해석돼 오히려 위험 선호에 따른 달러-원 환율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유로-달러 환율과 달러-원 환율의 상관관계는 강화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상관계수(화면번호 6418)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달러-원 환율과 유로-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약 -0.92로 나타났다.

상관계수는 -1로 갈수록 두 환율이 정반대로 움직임을 나타낸다. 최근 원화와 유로화가 달러화에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밀접하게 움직인 것이다.







다만, ECB의 긴축 시사로 달러화가 유로화에는 약세를 보여도 원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에는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는 "ECB가 긴축을 시사하게 되면 유로존 채권 금리와 미 국채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달러화가 유로화 외 다른 통화에는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유로-달러 환율 하락이 달러-원 환율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CB가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매파적인 스탠스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는 "ECB가 유로화 강세를 원하지 않는데 지난번 드라기 ECB 총재의 QE 축소 발언 때 유로화가 급등했었다"며 "ECB가 매파적인 스탠스를 완화해서 말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by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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