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BNK금융지주 사태를 계기로 지방은행의 지배구조에 메스를 들이댈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이 그간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는 체제의 지배구조를 고수해 오면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권한 집중에 따른 문제가 크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시세조종 사건이 터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BNK금융지주가 차기 회장을 외부에 개방하고,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다른 지방은행들에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 관심을 끈다.

BNK금융은 지난 19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이사회 겸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고 회장 후보자를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성세환 BNK금융 회장이 자사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이후 그룹 경영상황과 내부통제, 직원들의 동요 여부 등을 모니터링 해 왔다.

회장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경남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BNK금융의 불확실성이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011년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BNK금융은 이장호 회장과 성세환 회장이 차례대로 지주사 회장과 최대 계열사인 부산은행장을 겸임해 왔다.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는 탓에 이들의 입김은 셌다. 현재도 BNK금융 이사회 내 유일한 사내이사는 성세환 회장뿐이다.

조직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마저 회장이 주도하면서 사실상 1인 기업이란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견제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단 BNK금융만의 문제는 아니다. DGB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 등 지방은행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방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사는 순혈주의를 고집했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규모가 작아 경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회장과 행장의 겸직이 일반화돼 왔지만, 지배구조의 투명성 관점에서 본다면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는 지배구조법에 따라 회장과 행장의 역할, 임기를 명확히 구축해놨다.

내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우리은행 역시 회장과 행장을 분리해 별도의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11월께 회장과 행장을 분리한다.

윤 회장은 KB사태에 흔들린 조직을 수습하고자 회장과 행장의 겸임을 한시적으로 선택한 바 있다.

특히 새 정부 들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금융당국도 지배구조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개편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투명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 정부의 기준이 공평, 공정한 원칙에 집중되다 보니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성과급 관행, 권력의 배분 문제 등도 당국이 살펴봐야 할 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BNK금융 개별 사안을 떠나 금융권 전반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개선안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사가 내부통제 부실로 시장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가장 크게 제재받을 사안 중 하나"라며 "BNK금융의 경우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당국 차원의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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