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호주중앙은행(RBA)이 명목 중립금리를 3.5%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신흥국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기조를 이끌지 주목된다.

명목 중립금리는 중장기 시계에서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과 일치하고,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상황에서의 적정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이는 통화정책 기조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로 활용된다.

한은은 지난 2014년 발표한 계간 학술지 '경제분석'에 실린 보고서에서 중립적 실질금리(NRIR)가 외환위기 이전 6~9% 수준에서 2000년대 들어 2%내외 수준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추가적으로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2014년 한은이 본 중립금리 하락 요인

한은이 과거 우리나라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도 중립금리가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NRIR이 빠른 속도로 하락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 따른 원화 절상 기대 등의 영향으로 저금리의 글로벌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 역시 중립금리 하락의 큰 배경으로 꼽았다.

이에 한은은 현재까지는 금융위기 이후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향후 중립금리 수준이 높아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20일 "중장기적으로 볼 때 중립금리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중립금리 수준 추정이 쉽지 않다"며 "잠재성장률이 회복되거나, 경제여건이 뚜렷하게 개선되면 중립금리가 올라갈 수 있지만, 현재는 중립금리 상승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호주 3.5% vs 미국 "중립금리, 높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는 중립금리 수준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호주중앙은행의 중립금리 추정은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있다.

호주중앙은행은 지난 17일 발표한 7월 통화정책의사록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중립금리를 약 3.5%로 추정했다.

호주 기준금리인 연 1.50%와 비교하더라도 중립금리 수준이 200bp 정도 높은 만큼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해석됐다.

명목 중립금리 3.5%에서 중기 기대 인플레이션 2.5%를 제외하면 실질 중립금리는 2007년 이후 150bp가량 하락해 약 1%로 내려선 것으로 봤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RBA의 명목 중립금리 추정치는 매파적 스탠스를 보여주는 시그널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의 완화적인 정책을 설명한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신흥국들이 주목하고 있는 미국은 오히려 중립금리 수준을 금리인상을 점진적으로 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았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2일 "중립금리가 지난 수십년간의 수준보다 낮다"며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 아래에 있지만 이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많이 오를 필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금융시장에서는 비둘기파적 스탠스로 받아들여지면서 미국 금리인상 기조가 둔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호주의 중립금리 수준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금리인상 기대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호주는 원자재를 수출하는 나라로 한국과는 산업구조가 다르다"며 "중립금리 추정치를 높여 잡은 것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하더라도 기대치를 높이는 수준일 뿐 바로 금리인상에 나설 정도의 여건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