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한국은행은 글로벌 무역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가게 되면 주요국의 투자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9일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미국이 촉발한 보호무역 기조 강화는 기업 경영환경과 글로벌 가치사슬(GVC) 약화로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의 보호무역 조치만으로는 글로벌 성장 및 교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예고된 조치들이 현실화될 경우 그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 자료를 인용하며, 미국·중국 사이 500억 달러 규모의 상호관세 부과는 세계 경제 및 수출에 미미한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산 수입 전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등으로 전면화하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CPB에 따르면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간 전 품목에 대한 10% 관세 부과 시 국내총생산(GDP) 손실은 2030년 기준 미국 -2.9%, 중국 -3.8%, 유럽연합(EU) -2.0%, 일본 -7.7%에 이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이 대중국 2천억 달러 규모 제품에 10% 관세를 물리면 2019년 양국의 실질 GDP는 최소 0.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은은 "무역분쟁 우려가 크게 작용하면서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불확실성 확대는 과거 사례를 통해 볼 때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흐름은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한은은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는 대출금리 상승,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자금조달 측면에서 투자 여건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당분간 완화적 수준의 금융여건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은은 판단했다.

미국은 기준금리가 3%대 중반으로 올라도 금융위기 이전 고점(5.25%) 대비 낮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끝내도 만기상환자금을 재투자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도 소비세율 인상 및 경제·물가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낮은 장단기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고 했다.

각국의 확장적 재정정책도 투자지출 약화를 제어할 전망이다.

미국은 법인세 영구 감세, 독일은 2021년까지 재정지출을 460억 유로로 늘려 지역·교통, 연구개발 등에 투자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둔 일본도 시설투자 증가가 예상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창기 팀장 및 차준열·김수한 조사역은 "통화정책 정상화와 보호무역 조치 등이 투자 심리를 심각하게 위축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글로벌 무역분쟁이 심화하면 무역 및 불확실성 경로로 투자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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