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하림그룹이 오너 회사인 올품에 일감을 몰아준 정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준영씨가 100% 소유한 올품은 내부거래로 영업이익이 4년 사이 약 3배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그룹이 올품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을 포착하고 직권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만큼 하림그룹에 대한 제재 강도에 관심도 커지고 있다.

◇ 김홍국 회장의 '아들 회사' 올품, 내부거래로 '급성장'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품의 지난해 매출액 4천160억994만원 중에서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액은 855억4천159만원이다. 올품의 내부거래 비중은 20.56%다.

올품과 내부거래를 한 곳은 제일사료, 팜스코, 하림, 선진, 팜스코인티, 디디에프엔비, 선진브릿지랩, 엔에스쇼핑 등이다.

올품의 내부거래 규모는 과거부터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올품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2012년 861억5천724만원, 2013년 730억9천941만원, 2014년 727억6천983만원, 2015년 743억9천221만원, 지난해 855억4천159만원이다. 전체 매출액에서 내부거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부터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품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2년 84.46%, 2013년 21.09%, 2014년 20.97%, 2015년 20.04%, 지난해 20.56%다.

이는 올품이 2013년 하림그룹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면서 덩치가 커진 결과다. 올품 사명은 원래 한국썸벧판매였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3월 6일 하림그룹 지주사 제일홀딩스가 지분 100%를 갖고 있던 양계·축산업체 '올품'을 흡수합병했다. 이후 한국썸벧판매는 사명을 올품으로 변경했다.

이런 내부거래에 힘입어 올품은 급성장했다. 올품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91억8천464만원에서 작년 272억2천253만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문제는 올품이 하림그룹의 오너 회사라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김홍국 회장의 아들 김준영씨가 올품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하림그룹이 아들 회사를 키워주기 위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특히 올품은 하림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다. 하림그룹 지배구조는 '김준영씨→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구 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계열사'로 돼 있다.

◇ 올품 내부거래는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

이 같은 올품의 내부거래는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비율(상장사 30%·비상장사 20%)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이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고 있다. 하림그룹의 자산총액은 10조5천억원 규모다.

특히 내부거래 총액이 200억원 이상을 기록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일 때 규제 대상이 된다. 그동안 올품의 내부거래 총액은 700억~800억원을 기록해왔다. 이에 공정위가 최근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직권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 이전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만큼 이번 조사로 하림그룹이 어떤 처벌을 받을 지도 변수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6월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월 45개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하고 현재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앞으로 분석과정에서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선 기업집단 규모와 관계없이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도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를 막겠다는 의지가 강해 공정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소수 대기업 집단으로의 경제력 집중과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등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2018년까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사익 편취 행위를 상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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