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만기가 돌아올 때나 분기 말마다 레포(Repo. 환매조건부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 관련 당국은 과거보다 레포시장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1일물 위주로 거래하는 차입자들의 행태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11일 연합인포맥스 레포 일별(화면번호 2724)에 따르면 지난 7일과 10일 종합 레포 금리는 각각 1.82%, 1.80%를 나타냈다.

지난주 레포 금리가 7일을 제외하고 1.5~1.6% 수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금리가 높은 수준이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번 레포 금리 상승세는 지난 10일 만기 도래한 채권 물량과 관계가 있다.

10일 약 30조9천억 원의 국고채 원금·이자 만기가 도래하면서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이 이를 상환하기 위한 자금을 사전에 시중에서 회수했기 때문이다.

공자기금은 국고채 발행자금과 정부 산하 기금들의 여유 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기금이다.

공자기금의 자금은 채권 상환에 따라 다시 시중으로 흘러들어 가기 때문에 레포 금리가 다시 평소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분기 말 등 유동성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마다 단기 금리 상승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유동성이 감소하는 상황이 예측이 가능함에도 번번이 금리가 뛰는 현상은 레포 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레포 시장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조가 자리 잡았고, 이는 자산운용사의 RP레버리지펀드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들은 과거 레포 매수를 통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주체였는데 레버리지펀드가 늘어나면서 레포 매도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자산운용사의 일평균 레포 매수 잔액은 23조3천억 원, 매도 잔액은 19조9천억 원이다.

2016년 말 기준 일평균 레포 매수 잔액 19조4천억 원, 일평균 레포 매도 잔액 9조4천억 원에서 매도가 크게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자산운용사가 예전에는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레버리지펀드를 운용하면서 레포를 통해 자금을 조달 하다 보니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레포 매도를 통한 자금 조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레포 거래 대부분은 1일물 거래로, 1일물은 롤오버를 매일 해야 하므로 그만큼 급박한 유동성 감소에 대응하기 곤란하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월말에 (유동성이) 줄어드는 추이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차입자들도 수요를 줄이든지 해야한다"며 "차입자들이 막연히 차환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익일물 위주로 거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익일물 거래를 수일짜리 레포 거래보다 불리하게 만들어 (차입자들이)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각을 갖추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금 공급 주체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금 공급자인 은행 이외에 레포 시장의 안정적인 자금 공급자로서 연기금이나 다른 증권금융(사)의 참여를 유도하려고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