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달러화가 각기 다른 두 개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는 가치가 급등하는 반면, 유로와 엔 등에 대해서는 약세 흐름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주요 경쟁국 통화에 대한 약세 흐름은 달러의 빛(강세)을 어둡게 한다"고 진단했다. 결국, 전체인 달러 방향성은 주요 경쟁 통화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란 의미다.

달러 강세 흐름은 신흥국 주식과 채권시장을 크게 흔들었고, 향후 추가적인 달러 강세가 신흥국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대로 유럽과 일본과 같은 선진국 통화를 상대로 달러는 지난 몇 주간 하락세를 보였다.

유로와 엔을 포함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를 측정하는 ICE 달러지수는 지난 8월 최고치에서 최근까지 2% 가까이 하락했다. 이런 하락세는 터키 리라와 아르헨티나 페소,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와 같은 통화가 폭락하는 와중에 나타난 흐름이다.

WSJ은 "일부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순부터 시작된 달러 강세는 작년부터 전개된 광범위한 달러 약세 기조에서 일시적인 (조정) 현상으로 본다"고 전했다.

신흥국 통화 급락세 속에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전반적인 달러 약세 기조가 살아있다는 의미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의 잭 매킨트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 달러 강세는 (일시적인) 반대 흐름"이라며 "실질적인 추세는 달러 약세"라고 평가했다.

약 74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브랜디와인글로벌은 최근 브라질과 멕시코, 폴란드와 같은 국가의 현지통화표시채권을 사담았다. 이들 통화 가치가 비합리적으로 떨어졌고, 장기적으로는 반등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견고한 경제 지표가 달러 하락세를 제한하지만, 일본과 유럽 등의 성장 흐름도 나쁜 편이 아니다.

일본 경제는 1분기에 다소 위축된 뒤 2분기에는 다시 반등했다.

ING은행은 "유로존의 경우 2분기에 성장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지난 7월 미국과 유럽 간의 무역회담으로 유럽 현지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여전히 통화완화정책을 이어가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수 개월간의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시에테제네럴(SG)의 키트 주크스 전략가는 "신흥국 시장의 참패와 달리 유럽과 일본은 현재 투자자를 괴롭히지 않는다"며 "달러화는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통화 대비 약 10% 과대평가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달러 약세 기조와는 별개로 신흥국 자산의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 수년간의 상승세 이후 지난주 들어 약세 국면으로 돌아섰다.

BNP파리바자산운용의 아드난 아칸트 외환 헤드는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와는 거리가 멀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순히 신흥시장 때문에 긴축을 멈추지도 않을 것"이라며 "신흥시장 매도세는 당분간 간헐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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