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등 개방 약속한 분야에서 라이선스 접수 중단

美 관세부과 대응한 '질적 보복'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중국이 무역전쟁 국면에서 금융기업을 비롯한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비즈니스협의회 중국 부대표인 제이콥 파커를 인용해 12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파커 부대표에 따르면 지난 3주간 중국 내각의 관료들은 '미중 관계가 개선되고 안정화될 때까지' 라이선스 접수를 '연기'(put off)한다고 미중 비즈니스협의회 대표들에게 전했다.

이는 중국에 새롭게 진출하는 미국 기업들이 영업을 위해 당국에 제출한 면허(라이선스)를 접수하는 것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로, 미국 기업들에 비관세 장벽을 세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파커 부대표에 따르면 라이선스 접수 연기는 최근 중국 당국이 해외 개방을 약속한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금융업계를 포함한다.

다만, 파커 부대표는 이 같은 발언을 한 관료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SCMP는 이는 중국이 무역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영업을 어렵게 하거나, 중국 진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사례라고 말했다.

미국은 사실상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위협한 상황이지만, 미국 제품의 수입량이 비교적 많지 않은 중국의 경우 양적으로 같은 규모의 관세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중국이 중국 내 미국 기업의 영업을 어렵게 하는 등의 '질적 보복'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파커 부대표에 따르면 중국 관료들은 최근 미중 비즈니스협의회와의 회의에서 미국산 제품을 더 수입하겠다는 의지는 드러냈으나, 미국이 문제 삼는 기술 이전 문제나 보조금 지급 문제, 산업 혁신, 기술 정책 등의 개선에 대해서는 전혀 의지가 없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류허 중국 부총리, 왕치산 중국 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미국 대형 다국적기업들을 안심시키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무역전쟁이 이들 기업에 손해를 끼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의 투자 둔화를 막으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류허 부총리는 지난달 미국 기업 임원들과의 회동에서 중국이 미국 기업들의 중국 영업을 무역전쟁의 보복 수단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그는 "해외 기업에 대한 징벌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이번 주말 왕치산 부주석은 미국 금융가의 대표적 기업인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블랙스톤의 임원진을 만나 이 기업들의 영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WSJ은 몇 달 전 왕치산 부주석은 미국이 관세부과를 강행할 경우 기업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켜 경기 둔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중국 지도부의 태도가 변화했다고 전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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