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JP모건은 리먼 브러더스 붕괴 이후 10년간 월가 내 최강자로 등극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책임 경영 등의 원칙을 고수하며 다른 주요 은행을 따돌린 것으로 평가된다.

CNBC는 11일(현지시간)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주가와 영업이익, 예금에서 채권 트레이딩에 이르는 사업 부문에서 (10년간) 다른 대형 은행을 따돌렸다"고 진단했다.

◇ 한 시간 동안 반성문을 읽은 경영진

지난 2008년 2월 JP모건 경영진은 회의실에 가득 들어찬 투자자들 앞에서 자신의 경력을 깎아 먹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리테일 부문의 헤드였던 찰스 샤프는 고객들에게 나쁜 소식을 전했다. 모기지 상품, 특히 주택담보대출(home equity loan) 950억달러가 예상보다 훨씬 악화한 수익률에서 망가지고 있다고 실토했다.

샤프는 주택시장 침체가 얼마나 악화할지 예측하지 못했고, 관련 시그널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베테랑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마요는 "당시 투자자 중 일부는 샤프 헤드의 경력이 거기서 끝나는 것으로 봤다"며 "샤프 헤드는 자신의 사업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설명하는 데 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돌아봤다.

이와 관련, CNBC는 이런 에피소드는 당시 JP모건이 실수를 감추기보다는 담당 매니저가 책임진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미국 금융의 역사는 그해 연말 리먼 브러더스 붕괴로 오랜 기간 자신의 잘못을 알아채지 못하는 임원진들로 넘쳐났지만, 다이먼 CEO의 관리 아래서 독립적인 생각을 갖고 실수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기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요 애널리스트는 "그런 문화는 JP모건이 위기에 대비하고 경쟁사보다 훨씬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당시 샤프 헤드는 해고되는 대신 약 6개월 뒤 JP모건이 워싱턴 뮤추얼의 은행 부문을 인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비자의 CEO가 됐고, 지금은 BNY멜론의 CEO로 있다.

◇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은행

JP모건이 워싱턴 뮤추얼을 인수한 것은 베어스턴스 인수와 함께 금융위기 이후로 거대한 조직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이먼 CEO는 대부분의 사업에서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점하는 동시에 기술 분야에는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JP모건은 얼마 안 되는 예금을 맡기는 밀레니얼 세대부터 1조달러의 기술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과 거래를 하려고 한다. 이런 방침이 중국이나 영국에 있는 경쟁 업체까지 시가총액 측면에서 모두 앞서가는 요인이 됐다.

JP모건은 현재 3천830억달러의 시총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투자은행이다.

10년 전 월가 대형 은행이 조잡스러운 서브프라임모기지를 채권으로 전환하는 동안 JP모건은 이런 월권행위에 거리를 뒀다.

이런 이유로 씨티그룹과 메릴린치 등이 수천억달러의 손실을 보며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JP모건은 대차대조표를 보존할 수 있었다.

포테일스파트너의 찰리 피어보디 애널리스트는 "이는 JP모건이 위기 이후 첫날부터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있었다는 의미"라며 "JP모건이 수익을 키우는 동안 씨티와 BOA 등은 신규 주식을 발행해 대차대조표의 가치를 떨어트려야만 했고, 그것은 아직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인 JP모건의 주가는 리먼 붕괴 이후 지금까지 약 180% 급등했다. 배당금을 포함하면 246% 이상의 수익률이다.

웰스파고와 골드만삭스는 총 수익률이 115%와 71%이고, 모건스탠리는 50%에 불과하다. 씨티그룹의 주가는 10년 전보다 여전히 크게 낮고, BOA는 수익률이 1%에 불과하다.

JP모건의 수익성은 눈에 띌 수 밖에 없었고, 업계 내 다른 기관의 CEO 양성소가 되기도 했다. 다이먼 CEO와 함께했던 경영진 일부는 바클레이즈와 스탠다드차타드, 비자, 퍼스트데이터의 수장으로 영전했다.

◇ 다이먼 시대 이후의 모습은

은행이 성장산업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아마존과 구글과 같은 기술 대기업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은행 고유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CNBC는 "이런 상황에서 JP모건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다이먼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라고 전했다.

다이먼 CEO는 지난 1월 약 5년 뒤에 은퇴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영향력 있는 리더가 떠난 기업은 일반적으로 최소 1년간 시장 수익을 밑돌았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은 다이먼의 잠재적인 후계자가 이전과 같은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고 분석했다.

피어보디 애널리스트는 "다이먼은 대형 은행 가운데 최고의 CEO"라며 "비전과 함께 재정과 리스크에 대한 원칙이 있고, 장기적인 투자를 선호한다"고 소개했다.

CNBC는 "다이먼의 리스크 관리 DNA 중 일부는 아마 은행 내 문화와 절차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이들은 1주일에 100번이 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발생 가능한 전쟁이나 지정학적 재난, 경기 침체 등에 따른 파급력을 측정한다"고 보도했다.

다이먼 CEO는 올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우리는 가능성을 추측하지 않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며 "결과적으로 금융위기 때 생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자본과 이익은 물론, 어떤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ywk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