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의 대응책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다음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마켓워치는 11일(미국시간) 어제의 구제책이 내일의 위험 요인일 수 있다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위기 해결을 위해 단행한 급진적인 조처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다음 위기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게 JP모건의 견해라고 전했다.

JP모건은 여전히 경제가 2008년 이후 등장한 전례 없는 정책들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면서 이런 환경의 변화는 저평가된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나온 핵심 정책은 대규모 통화 부양책이다.

미국 정부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 자산을 떠안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낮추는 동시에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국채 등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다.

JP모건은 통화 완화 기조가 후퇴하기 시작했고 내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유동 자금 감소 또는 신규 자금 유입 위축이 자산 가격을 끌어내리고 유동성 경색을 초래해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준의 정책 변화는 사상 최고 수준을 연일 경신하는 미국 증시에 위협을 가하는 변수로 여겨진다.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는 동시에 4조5천억달러 규모로 불어난 대차대조표 규모도 줄이고 있다.

스티펠의 배리 배니스터 주식 전략 헤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증시가 위험 지대에 있다면서 금리 인상으로 연준이 대응하기 어려운 속도로 주가가 추락하는 약세장이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은 '대 유동성 위기(great liquidity crisis)'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발생 시점은 연준의 정책 정상화 속도와 기업 경기, 무역 전쟁과 같은 각종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통화정책의 변화가 채권 시장도 뒤흔들 것이라며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2016년 6월이 채권 강세장의 전환점일 경우 각종 자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매체의 견해다.

채권 금리는 2016년 6월 무렵 저점을 찍고 줄곧 반등하는 추세다.

JP모건은 지난 20여 년 동안 채권이 주식 투자 리스크를 상쇄하는 용도로 활용됐다며 더는 채권으로 위험을 줄일 수 없다면 투자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는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 위기 땐 낮아질 대로 낮아진 금리와 불어난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 탓에 채권으로 주식 투자 리스크를 헤지할 수 없을 것이란 게 JP모건의 진단이다.

한편, 불어난 글로벌 부채는 다음 위기를 한층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의 부채 규모는 164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 수준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25%에 육박하는 규모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대비로는 50조달러 늘어난 수치다.

찰스 슈와브의 제프리 클라인톱 수석 투자 전략가는 부채 부담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충격이 발생할 경우 시스템의 취약성을 심화시킨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치가 하락하고 달러화 강세까지 가세해 달러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JP모건은 당장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불균형이 상당하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불균형의 정도가 극심하지 않은 것은 2008년과 비슷한 유형의 위기가 재발될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JP모건은 다음 경기 침체기는 2008년에 시작된 불황보다는 강도가 약할 것이라며 1990년이나 2001년에 시작된 불황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에 경기 침체기가 시작될 확률은 25%로 평균치인 17%보다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JP모건은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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