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의 결과는 네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그 가운데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융정보 제공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계열사 마켓 인텔리전스는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주최한 '아태지역 신용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콘퍼런스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이 전망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한 S&P 글로벌 신용평가(Ratings)의 빈센트 콘티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 전쟁이 잘못된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징후는 나타나지 않지만 글로벌 경제를 회복 추세에서 이탈시킬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콘티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기의 동반 회복세는 견고하지만, 무역분쟁과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미중 무역 전쟁의 결과는 네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S&P가 예상하는 미중 무역 전쟁의 시나리오는 '이성적으로 해결', '돈으로 해결', '글로벌 회복 추세 이탈', '상호이익 우선'이다.

이성적인 해결은 "승자의 무의미함을 알게 되고 우아하게 물러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으로 큰 위협이 없는 시나리오지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콘티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돈으로 해결하는 것은 중국이 더 많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데 동의하고 돈을 지불하는 시나리오로 중국이 일시적인 양보를 택하는 것이다. 이는 미봉책이며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아 글로벌 경제성장과 경제 심리가 악화하는 경우다. 이 경우 S&P는 전망 기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은 상호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온전한 관계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되고 양국은 제2차 미중 전략 경제대화를 시작하는 시나리오다.

콘티 이코노미스트는 네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꼽지 않았지만, 양국이 점잖게 합의하는 '우아한 결과'는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은 초점이 어긋난 것"이라며 "미중 경제 문제의 진짜 문제는 무역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구조"라고 지적했다.

콘티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인의 저축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양국이 관세 폭탄을 부과한들 전반적인 무역수지가 재조정될 뿐이며 미국의 감세 정책도 높은 성장률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그는 "미국의 저축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무역적자는 지속할 것"이라며 무역 전쟁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상호 투자 기회와 지적 재산권 보호, 자국 기업과 해외 기업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문제 삼고 양측이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콘티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보다 낮아졌다며 양국의 무역 전쟁이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와 비교해 작아졌다는 점을 시사했다.

S&P에 따르면 중국의 무역 개방도는 지난 2007년 정점을 찍은 후 25%포인트 급락해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낮은 37% 수준이다. 전 세계 평균은 45% 안팎이다. 반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세계 GDP 성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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